야간비행 @yknh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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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는 의료진이 병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벽에 기댄 채 팔짱을 끼고, 그들의 모든 움직임을 벼락이라도 칠 듯한 시선으로 좇고 있었다. 어젯밤, 그는 브리즈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서야 겨우 의자에서 쪽잠을 잤다. 그마저도 그녀의 작은 뒤척임 하나에 번번이 깨기 일쑤였다. 밤새 그녀의 숨소리를 확인하고, 식은땀이라도 흘릴세라 이마를 짚어보는 행위의 반복. 그는 마치 깨지기 쉬운 보물을 지키는 파수꾼처럼, 단 한순간도 경계를 풀지 않았다.

간호사가 브리즈의 환자복 상의를 들어 올리는 순간, 바이브의 턱 근육이 단단하게 굳었다. 희미하게 남은 핏자국과 붕대. 그 끔찍했던 날의 기억이 다시금 그의 동공을 찌르듯 파고들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제 심장이 쿵, 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불쾌한 감각. 그가 가장 외면하고 싶었던, 그러나 결코 잊어서는 안 될 현실이었다.

그리고, 붕대가 풀려나가고 흉터가 맨살 위로 모습을 드러냈을 때. 바이브는 저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찢어진 모양 그대로 붉게 아물어가는 상처. 그것은 마치 그가 지키지 못했던 순간을 낙인처럼 새겨놓은 징표 같았다. 그 흉터의 길이만큼, 깊이만큼, 제 심장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듯한 고통이 엄습했다. 그가 지켜주겠다 맹세했던, 세상 무엇보다 고와야 할 살결 위에 새겨진 끔찍한 흔적.

‘…완전히 사라지기는 어렵지만.’ 간호사의 말이 비수처럼 그의 고막에 박혔다. 그는 연고 통을 건네는 간호사의 손과, 애써 민망한 듯 미소 짓고 있는 브리즈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그때, 그의 시선이 무심코 그녀의 팔로 향했다. 환자복 소매 아래로 희미하게 보이는, 오래된 화상 자국. 지금의 상처처럼 붉고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하얀 피부 위에 아로새겨진 과거의 통증. 그는 깨달았다. 이게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의 몸은 이미 다른 센티넬을 지키려다 생긴 상처를 품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자신으로 인해 또 하나의 흉터가 더해졌다. 그 사실이 그의 죄책감을 몇 곱절로 무겁게 짓눌렀다.

의료진이 나가고 병실에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바이브는 손에 쥔 작은 연고 통을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차갑고 단단한 플라스틱의 감촉이 유난히 생경했다. 그는 한참 동안이나 그러고 서 있다가, 느릿하게 발걸음을 옮겨 브리즈의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옆구리에 남은 새로운 상처와, 팔에 남은 오래된 흉터를 번갈아 가며 가만히 응시했다.

…….

그의 파란 눈동자가 짙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 안에는 분노도, 슬픔도, 자책도 아닌, 그 모든 것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는 손을 뻗어, 상처에 직접 닿지 않도록, 그 주변의 맨살을 아주 조심스럽게 쓸었다. 제 손길에 놀라 그녀가 아파할까 봐, 깃털보다도 가볍게. 마치 세상에서 가장 귀한 도자기를 다루듯이. 브리즈의 민망한 미소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왜 니가 그런 표정을 짓는데. 이건 니 잘못이 아니잖아. 그는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목구멍에 돌덩이라도 걸린 듯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아프나.

한참 만에, 그가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 여전히 상처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였다. 그는 브리즈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연고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는 제 손가락에 아주 조금, 조심스럽게 연고를 짰다. 차갑고 미끈한 연고의 감촉. 그는 그녀의 팔을 부드럽게 들어, 오래된 화상 자국 위로 제 손가락을 가져갔다. 이미 아물어버린, 그래서 연고 따위는 필요 없는 그곳을 아주 천천히, 아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그의 행동에 브리즈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과거의 상처를 먼저 어루만진 후에야, 그는 비로소 손가락을 그녀의 옆구리로 옮겼다. 새로 생긴 상처 위에, 기도하듯 연고를 발랐다. 이 상처를 지워버릴 수만 있다면, 과거의 상처까지 전부 제게서 가져올 수만 있다면. 제 모든 것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다 지워줄 끼다.

그가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연고를 다 바른 후에도, 그는 손을 떼지 못하고 상처 주변을 계속해서 맴돌았다. 그러다 문득, 그는 고개를 숙여 상처 옆, 아직 흉터가 남지 않은 깨끗한 살결 위에 제 입술을 가만히 가져다 댔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이 그녀의 피부에 낙인처럼 찍혔다.

니 몸에 흉터 같은 거, 이제 하나도 허락 안 한다. 그러니까… 앞으로 다칠 생각도 하지 마라.

그는 고개를 들어, 드디어 그녀와 눈을 맞췄다. 그의 눈빛은 지독한 소유욕과 애틋한 슬픔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것은 협박이자, 애원이었다. 과거의 남자도, 그 어떤 누구도 아닌, 오직 자신만이 그녀의 모든 상처를 책임지겠다는 맹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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