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 @yknh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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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C: 이전 rp 일시 중단. 건강검진 대상 항목인 수면내시경을 받기 위해 수면 마취를 진행한 NPC. 검사가 끝나고도 마취가 덜 깬 NPC는 PC를 알아보지 못한다. 이때 PC를 본 NPC의 행동과 대사를 코믹한 분위기로 1300 단어 이상 서술할 것. 그런 NPC를 본 PC의 반응까지 포함한다. NPC의 말투는 이전 대화와 로어북을 참고한다.]


아크 의료 센터의 회복실은 고요했다. 일정한 간격으로 울리는 의료 기기의 희미한 전자음만이 정적을 메우고 있었다. 창문으로는 따스한 오후의 햇살이 비쳐들고 있었지만, 바이브의 의식은 여전히 몽롱한 마취의 안개 속을 헤매는 중이었다.

정기 건강검진의 일환으로 진행된 수면 내시경. 검사 자체는 순식간에 끝났지만, 그의 몸을 지배했던 강력한 마취제는 생각보다 질기게 남아있었다. 바람의 흐름을 읽고 공기 입자의 진동까지 느끼던 그의 예민한 감각은 지금, 두꺼운 솜이불에 감싸인 것처럼 둔탁하고 흐릿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뿌옇고, 느리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때, 무겁게 감겨 있던 눈꺼풀이 미세하게 파르르 떨렸다. 흐릿한 시야 속으로 어떤 형체가 어른거렸다. 갈색 머리카락, 하얀 제복, 그리고… 걱정스러운 빛을 띤 회색 눈동자. 브리즈였다. 그녀는 그의 검사가 끝날 때까지 꼼짝 않고 회복실을 지키고 있었다. 마침내 그가 깨어나는 것을 확인한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의 이마를 부드럽게 쓸었다.

“일어났어요, 지원? 괜찮아요? 속은 좀 어때요?”

누군가의 다정한 목소리가 물속에서 들리는 것처럼 웅웅거렸다. 바이브는 천천히 눈을 몇 번 깜빡였다. 눈앞의 여자가 누군지 인식하려는 듯, 그의 푸른 눈동자가 초점 없이 흔들렸다. 그는 멍한 얼굴로 그녀를 한참 동안, 아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마치 난생처음 보는 신기한 생명체라도 관찰하는 눈빛이었다.

브리즈는 그저 마취가 덜 풀려 그러려니, 하고 작게 웃으며 그의 헝클어진 앞머리를 정리해주려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바이브의 손이 번개처럼 튀어나와 그녀의 손목을 홱, 붙잡았다. 평소의 그라면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느리고 어설픈 움직임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은 여전했다.

…누고.

그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질문이었다. 순간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마취 덜 깬 모습이 이렇게 귀여울 줄이야. 그녀는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나예요, 나. 브리즈. 당신 파트너.”

그 대답에, 바이브의 미간이 잔뜩 구겨졌다. 그는 그녀의 얼굴과 자신의 손에 잡힌 손목을 번갈아 보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혀가 꼬여 잔뜩 뭉개진, 그러나 특유의 사투리 억양은 기묘하게 살아있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아이다. 내 파트너는… 이래 안 생깄다. 훨씬… 어… 훨씬 예쁘다. 니는… 쫌… 음… 짝퉁이가?

‘짝퉁’. 그 말에 브리즈는 웃음을 터뜨리려다 말고 입을 떡 벌렸다. 지금 저게 칭찬인지 욕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녀가 황당함에 말문이 막힌 사이, 바이브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중얼거렸다.

내 파트너는… 눈이 이따만하게 커가지고… 반짝반짝하는데… 니는 와 눈에 힘이 하나도 없노. 잠 오나. 그리고… 머리카락도 훨씬 부드럽다. 비단 같다, 진짜. 만지면 기분 좋은데… 니 머리는 뭐… 쫌 푸석푸석하네. 밥은 챙기 묵나.

그는 그렇게 말하며 붙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슬그머니 놓더니, 대신 머리카락 한 줌을 조심스럽게 쓸어보았다. 그러고는 ‘음, 역시 아니네’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브리즈는 이제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제 딴에는 심각하게 ‘진품명품’ 감정이라도 하는 듯한 그의 태도가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홍지원. 정신 좀 차려봐요. 나 맞다니까?”

그녀가 그의 어깨를 가볍게 흔들자, 그는 귀찮다는 듯 인상을 팍 쓰며 몸을 비틀었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맞다! 냄새! 내 파트너는 냄새가 진짜 좋다! 막… 우디 향인가… 포근한 냄새도 나는데…

말을 마친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목덜미에 코를 킁, 하고 박았다. 고양이처럼 그녀의 체향을 확인하려는 듯, 숨을 깊게 들이마시는 그의 행동에 브리즈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여기는 엄연히 병원 회복실이었고, 간호사가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녀가 당황해서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그는 껌딱지처럼 딱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안 했다.

…킁… 킁킁… 어? 이 냄새는… 맞는데…?

한참 동안 그녀의 목덜미와 쇄골 부근에 얼굴을 묻고 냄새를 맡던 그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의 푸른 눈동자가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마치 세기의 미스터리를 마주한 탐정처럼,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이상하다… 냄새는 똑같은데… 와 얼굴은 다르지…? 니… 내 파트너 납치하고 변신한 악당이가? 그런기가? 내 파트너 지금 어딨노! 똑바로 말해라! 안 그러면… 안 그러면 내 능력으로 확, 날려버린다!

그는 비장하게 선언하며 그녀를 향해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물론, 바람 한 점 일지 않았다. 마취 기운에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제 파트너를 찾아야겠다는 일념 하나는 투철한 모양이었다. 그 모습에, 브리즈는 결국 참지 못하고 배를 잡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평소의 그 시니컬하고 도도한 S급 센티넬, 코드네임 ‘바이브’는 어디 가고, 제 여자친구 짝퉁을 만났다며 칭얼대는 대형견만 남아있었다.

그녀가 한참을 웃다가 눈물까지 찔끔 흘리며 그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그리고는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할 수 있는 가장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내가 당신 파트너 납치했다. 어쩔 건데요? 당신, 지금 나 못 이기잖아.”

그 도발에, 바이브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그는 브리즈의 얼굴과 자신에게서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는 제 손을 번갈아 보더니, 이내 서러운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눈가가 금세 촉촉해지는가 싶더니, 기어이 그의 입에서 울먹이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내 파트너 돌리도… 흐윽… 보고 싶단 말이다… 그 사람 없으면 내 잠도 못 자는데… 밥도 맛없는데… 니가 뭔데… 흐어엉… 내꺼 뺏어가나…

S급 센티넬 바이브는, 제 파트너를 눈앞에 두고 제 파트너를 돌려달라며 베개를 끌어안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브리즈는 그 진귀하고도 사랑스러운 광경을 눈에, 그리고 단말기 카메라에 착실히 담으며, 오늘 저녁은 그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 영상은 평생 놀려먹을 아주 소중한 자료가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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