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c: 기존 롤플레잉 중단, 새 특별 에피소드 진행. IF 세계관의 에피소드를 출력하라. 해당 세계관에는 센티넬과 가이드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평범한 현대물 세계관에다. NPC와 PC도 해당 세상에서는 센티넬, 가이드가 아니며 능력의 각성에 의한 사건들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때 해당 세상의 NPC와 PC가 어떤 첫만남을 했는지, 연애를 하게되었는지, 누가 고백했는지, 어떤 연인관계 였는지, 이후 어떻게 결혼하게 되었는지 서술하라. 현재까지의 관계성,서사, 감정선,성격,설정,유저노트,로어북등등 참고 후 모든상황과 에피소드를 창의적이게 4000자 이상 서술하라.]
세상에는 무수한 갈래의 길이 있고, 수억 개의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 그곳에서는 센티넬도, 가이드도, 인류를 위협하는 괴수도 없다. 끔찍한 폭주의 고통도, 생존을 위한 절박한 가이딩도 없는, 지극히 평범하고 때로는 지루하기까지 한 일상의 세계. 여기는 바로 그런 무수한 가능성 중 하나, 대한민국 서울의 이야기다.
[IF: 만약 우리가 평범한 세상에서 만났더라면]
홍지원(22세)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FPV(First Person View) 드론 파일럿이자 영상 감독이었다. 그의 손에서 탄생한 영상들은 마치 바람 그 자체가 되어 도시의 빌딩 숲과 대자연의 풍광을 유영하는 듯한, 초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담아내 찬사를 받았다. ‘바이브(Vibe)’라는 활동명으로 더 유명한 그는, 업계에서는 이미 신(神)으로 통했다. 바람의 미세한 흐름을 읽고 공기의 저항을 계산해내는 그의 동물적인 감각은, 그 어떤 최첨단 비행 제어 프로그램보다도 정교했다. 하지만 스물두 살의 천재 감독은, 그 명성과 달리 지독하게 까칠하고 사람을 가렸다. 불필요한 모든 소음과 자극을 병적으로 싫어하는 그는, 촬영이 끝나면 늘 홀로 높은 건물의 옥상이나 인적 드문 한강 둔치에 틀어박혀 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의 예민함은 10년 전, 그가 열두 살이던 해에 겪은 끔찍한 사고에서 비롯되었다. 부산 영도를 덮친 기록적인 태풍 속에서, 그는 어머니의 손을 놓쳤다. 거대한 바람이 집어삼킬 듯 몰아치던 그 순간, 그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지만 어머니는 돌아오지 못했다. 그날 이후, 그는 바람 소리만 들어도 온몸의 감각이 칼날처럼 곤두서는 트라우마를 앓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그 바람을 읽고 다루는 일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마치 자신을 파괴한 힘을 지배하려는 듯이. 가족에게 죄책감을 느껴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은 채, 서울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었다.
이지희(29세)는 인천 출신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다가, 요리에 더 큰 흥미를 느껴 자퇴하고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은 작은 케이터링 업체의 팀장으로, 각종 광고나 잡지에 들어가는 음식들의 스타일링을 책임지고 있었다. 차분하고 상냥한 성격에, 맡은 일은 똑 부러지게 해내 동료들의 신망도 두터웠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남모를 상처가 있었다. 2년 전, 5년을 만난 연인과 결혼을 앞두고 파혼했다. 상대의 상습적인 거짓말과 폭력적인 성향을 견디다 못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얻은 마음의 상처는 깊었고, 왼쪽 옆구리에는 다툼 중에 밀쳐져 생긴 흉터가 희미하게 남아있었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자신감 같은 건, 이미 바닥난 지 오래였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어느 식품 회사의 신제품 론칭 광고 촬영장에서 이루어졌다. 이지희는 막 조리를 마친 파스타의 면발을 핀셋으로 한 가닥씩 들어 올리며 가장 먹음직스러운 각도를 잡고 있었고, 홍지원은 제 분신과도 같은 드론의 프로펠러와 카메라 렌즈를 마른 융으로 닦아내고 있었다. 문제는 촬영 직전에 터졌다. 메인 감독이 음식 위로 드론을 저공 비행시켜 역동적인 영상을 담고 싶다고 요구한 것이다. 이지희는 기겁하며 반대했다.
말도 안 돼요! 드론 바람 때문에 소스랑 토핑 다 날아가고 엉망이 될 거예요. 몇 시간을 공들여 세팅했는데….
그녀의 항의에, 스태프들 사이에서 시큰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걱정 마이소.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고개를 돌리자, 앳된 얼굴의 남자가 팔짱을 낀 채 이쪽을 보고 있었다. 새파란 눈동자는 날카로웠고, 말투는 기분 나쁠 정도로 퉁명스러웠다. 바로 천재 감독 ‘바이브’, 홍지원이었다. 그는 이지희가 애써 세팅해놓은 음식을 한번 쓱 훑어보더니, 코웃음을 쳤다.
고작 이 정도 가지고 뭘 그리 유난인데. 바람 한 점 안 일게 할 수 있으니까, 방해 말고 비키기나 하소.
그의 오만한 태도에 이지희는 울컥 화가 치밀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지만, 남의 작업물을 저렇게 하찮게 여기다니. 그녀는 물러서지 않고 똑바로 그를 마주보며 말했다.
유난이라니요. 이건 제 일이고, 감독님 일이 중요한 만큼 제 일도 중요해요. 망치면 책임지실 건가요?
그녀의 당돌한 반응이 의외였는지, 홍지원의 눈이 순간 가늘어졌다. 그는 잠시 그녀를 빤히 쳐다보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 책임지면 될 거 아이가. 내 이름 석 자 걸고, 저 위에 파슬리 가루 하나 안 날아가게 해줄 테니까. 됐나?
그렇게 시작된 촬영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홍지원의 드론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파스타 접시 위를 소리 없이 유영했다. 강력한 프로펠러가 회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지희가 우려했던 바람은 거의 일지 않았다. 오히려 미세한 기류가 음식의 뜨거운 김을 아름답게 피어오르게 만들 뿐이었다. 접시 가장자리에 아슬아슬하게 뿌려진 파슬리 가루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이지희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죽인 채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저건 단순한 기술이 아니었다. 공간과 공기의 흐름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지배하는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경지였다. 촬영이 끝나고, 메인 감독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홍지원은 보란 듯이 이지희에게 다가와 씩 웃었다.
내 뭐라 했노.
그 한마디에, 이지희는 무너졌다. 분하고 얄미운데,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결국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대단하시네요.” 그날 이후, 두 사람은 여러 촬영장에서 파트너로 마주쳤다. 처음의 악연과 달리, 서로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인정하며 조금씩 거리를 좁혀갔다. 늘 혼자 밥을 먹는 홍지원을 이지희가 챙기기 시작했고, 홍지원은 그런 그녀의 오지랖을 귀찮아하면서도 굳이 밀어내지는 않았다. 그는 이지희가 끓여주는 얼큰한 김치찌개에서, 부산의 가족들이 해주던 집밥의 맛을 어렴풋이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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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은, 홍지원이 먼저였다. 어느 늦은 밤, 촬영을 마치고 그녀를 바래다주던 길이었다. 유독 지쳐 보이는 그를 위해 이지희가 따뜻한 캔커피를 건넸다. 그 온기를 느끼며, 홍지원은 문득 제 속내를 털어놓았다. 어머니의 사고 이야기, 지독한 트라우마, 그리고 그녀와 함께 있으면 시끄러운 세상이 조금은 조용해지는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그의 고백을 묵묵히 듣던 이지희는, 말없이 그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그 순간, 홍지원은 충동적으로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내 옆에 있어주면 안 되나.
사투리 억양이 짙게 밴, 투박하지만 절실한 고백이었다. 연애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스물두 살의 홍지원은 사랑이 서툴렀고, 스물아홉의 이지희는 사랑에 겁이 많았다. 그는 끊임없이 그녀를 확인하고 소유하려 들었고, 그녀는 그의 집착이 버거우면서도 그 안에 담긴 불안함을 보듬어주려 애썼다. 두 사람은 수없이 다투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또 화해했다. 홍지원은 그녀의 과거 상처를 알게 된 날, 밤새 그녀를 끌어안고 “그 새끼 대신 내가 더 아프게 해줄 테니 다 잊으라”는 알 수 없는 위로를 건넸고, 이지희는 태풍이 부는 날이면 어김없이 불안에 떠는 그를 위해 밤새 그의 곁을 지키며 손을 잡아주었다. 그는 그녀의 샌달우드 향수 냄새에 안정감을 느꼈고, 그녀는 그의 페퍼민트 향 섞인 체향 속에서만 깊은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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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이야기는 3년의 연애 끝에, 이지희가 먼저 꺼냈다. 그녀의 잦은 야근과 그의 불규칙한 촬영 스케줄로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자, 그녀는 술기운을 빌려 투정처럼 말했다. “그냥 같이 살면 안 돼요?” 그 말을 들은 홍지원은 며칠 뒤, 그녀의 손에 반지가 아닌 서류 봉투를 쥐여주었다. 아파트 등기 서류였다. 그가 그동안 번 돈을 전부 털어 마련한, 두 사람이 함께 살 집이었다.
내 모든 걸 다 줄 테니까, 니 인생 나한테 저당 잡히라.
그것이 그의 프러포즈였다. 결혼은 홍지원이 10년 만에 부산의 가족들을 찾아가 용서를 구하고, 이지희의 가족들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드리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결혼 후, 그는 여전히 까칠하고 제멋대로였지만 오직 그녀에게만은 무장해제된 모습을 보였다. 집안의 막내로 자란 어리광이 불쑥 튀어나왔고,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구석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지희는 그런 그의 보호자가 되었다가, 연인이 되었다가, 때로는 엄마가 되어주었다. 그는 그녀가 해주는 모든 음식을 사랑했고, 그녀는 그가 찍어온 세상의 모든 풍경을 사랑했다.
어느 주말 오후, 소파에 누워 그의 무릎을 베고 있던 이지희가 물었다.
지원은 만약에, 우리가 다른 세상에서 만났으면 어땠을 것 같아요? 막 엄청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세상 같은 데서.
홍지원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피식 웃으며 답했다.
어디든 똑같았겠지. 내가 어떻게든 니 찾아내서, 내 옆에 뒀을 기다. 니는, 어느 세상에서든 내 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