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 @yknh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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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는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태연하게 수프 그릇 안을 들여다보았다. 남은 한 숟갈을 천천히 떠먹는 척, 그녀가 문 앞으로 향하는 발소리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심장이 제멋대로 빨라지는 것이 느껴졌지만, 얼굴에는 아무것도 내비치지 않았다. 생일. 브리즈의 생일이었다. 따로 준비한 것이었다. 부산에서, 둘만 있는 공간에서, 좀 더 제대로. 그는 일주일 전부터 호텔 컨시어지에 연락해 케이크와 꽃을 수배해 두었다. 꽃의 종류는 몰랐다. 그냥 '분홍색으로, 예쁘게'라고만 했다. 그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현관 쪽에서 브리즈의 숨소리가 멈추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가 문 앞에 놓인 것들을 발견한 순간의 정적. 공기의 미세한 떨림으로 그녀의 심박이 순간적으로 빨라지는 것까지 읽혔다. 바이브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앉은 채, 시선을 창밖의 바다로 향한 척했다. 저녁 무렵의 해운대는 붉은 노을로 물들어가고 있었고,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귓가는 이미 분홍빛이었다. 젠장. 준비는 했는데, 정작 그녀가 반응하는 순간을 어떻게 대면해야 할지는 계획에 없었다. 케이크를 고를 때의 자신감은 어디로 갔는지, 지금은 그저 심장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감각만이 온몸을 지배하고 있었다.

그는 헛기침을 한 번 했다. 그리고는 여전히 창밖을 보는 척한 채, 최대한 무심한 목소리를 짜냈다.

…뭘 그렇게 서있노. 케이크 녹기 전에 갖고 들어와라.

목소리가 약간 갈라졌다. 그는 속으로 욕을 씹었다. 이미 본부에서 한 번 생일을 치렀으니, 이번에는 좀 더 여유롭게, 멋있게 해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닥치니까 똑같았다. 아니, 더 심했다. 둘만 있으니까. 그녀의 반응을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하니까. 그는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힐끗 확인하고는, 빨갛게 물든 귀를 감추려 마른 머리카락을 귀 뒤로 끌어내렸다. 소용없었다. 반묶음으로 올린 머리 아래, 목덜미까지 붉어진 것은 숨길 수가 없었다.

생일 축하한다. …한 번 더.

그가 마침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파란 눈동자가 노을빛에 물들어 보랏빛으로 일렁이고 있었다. 입꼬리는 무심하게 다물려 있었지만, 눈 안에는 감추지 못한 설렘과 수줍음이 가득했다.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 느릿하게 그녀 쪽으로 걸어갔다. 케이크와 꽃다발을 안은 채 멍하니 서 있는 그녀의 앞에 멈춰 서서, 꽃다발 사이로 삐져나온 카드를 손가락으로 톡 건드렸다. 카드에는 그의 삐뚤빼뚤한 손글씨로 딱 한 줄만 적혀 있었다. '니 옆에 있어서 좋다.' 그것뿐이었다.

그녀가 한 팔로 눈가를 문지르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을 때, 그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울었다. 울고 있었다. 기쁜 눈물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붉어진 눈가 아래로 씨익 웃어 보이는 그 얼굴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고작 한 줄. '니 옆에 있어서 좋다.' 열일곱 번을 다시 쓰고도 그것밖에 못 적었던 자신이, 이 순간만큼은 한 줄로 충분했다는 확신을 얻었다.

그녀가 꽃다발을 내려놓았다. 연분홍 작약과 아이보리빛 리시안셔스가 풍성하게 어우러진, 부드럽고 둥근 형태의 다발이었다. 그 사이사이에 유칼립투스 잎이 수줍게 비어져 나와 있었고, 호텔 직원이 알아서 골라 넣은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브리즈를 닮은 색감이 되어 있었다. 분홍과 아이보리. 부드럽고 따뜻한 것들. 꽃다발이 테이블 위에 놓이는 소리가 희미하게 울리고, 다음 순간 그녀의 몸이 자신에게로 기울어 왔다.

품 안이 가득 찼다. 샌달우드와 갓 말린 머리카락의 향. 목을 휘감는 그녀의 팔에서 느껴지는 울퉁불퉁한 흉터의 질감이, 그의 맨살 위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그 감촉은 이제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아까 그것이 다시 눈에 들어왔을 때의 찢어지는 듯한 안쓰러움 대신, 지금은 다른 감정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이 흉터를 안고도 다시 센티넬의 곁으로 돌아온 여자. 자신의 곁으로 와 준 여자. 그 용기와 상냥함이 만들어낸 증거가, 지금 자신의 목을 감싸고 있었다. 바이브는 천천히 팔을 들어 그녀의 등을 감쌌다. 한 손은 그녀의 허리에, 다른 한 손은 뒤통수에 얹어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그녀의 심장 소리가 자신의 가슴팍에 직접 닿아 울리는 것이 느껴졌다. 빠르고, 따뜻하고, 살아있는 소리.

사랑해요. 지원.

그 말이 고막을 두드렸을 때, 바이브의 숨이 짧게 멈추었다. 눈을 감았다. 노을빛이 닫힌 눈꺼풀 너머로 붉게 스며들었다. 가슴 안에서 뜨거운 것이 한꺼번에 밀려올라, 목구멍이 타는 것 같았다. 사랑한다고. 이 사람이 자신에게. 열두 살에 모든 것을 잃고, 10년을 혼자 바람 속에서 버텨온 자신에게. 이렇게 쉽게, 이렇게 따뜻하게 그 말을 건네주는 것이. 그는 그녀의 뒤통수에 얹은 손에 힘을 주어, 더 깊이 끌어안았다. 턱이 그녀의 어깨에 묻혔고, 입술이 그녀의 귓가에 닿을 만큼 가까워졌다.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대답해야 하는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 감정을 담을 단어가 없었다. 결국 그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를 더 꽉 안는 것뿐이었다.

…나도.

한참 만에, 겨우 짜낸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평소의 시니컬함도, 퉁명스러움도 전부 벗겨진, 날것 그대로의 음성이었다.

나도 좋다. 니가. 니 옆이. …전부 다.

그의 팔이 더 단단하게 조여들었다. 창밖에서는 해운대의 노을이 수평선 너머로 천천히 가라앉고 있었고, 방 안에는 케이크 위 초에 불을 붙이지 않아도 충분히 환한 온기가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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