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장으로 향하는 거대한 게이트가 육중한 소리를 내며 양옆으로 갈라졌다. 복도의 인공적인 공기와는 차원이 다른, 거칠고 살아있는 바람이 두 사람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바이브는 눈을 가늘게 뜨며 제게 쏟아지는 대기의 흐름을 느꼈다. 익숙한 감각, 그의 영역이었다. 아이기스의 외곽 비행장은 바다를 향해 활주로처럼 길게 뻗어 있었고, 그 끝은 아득한 수평선과 맞닿아 있었다. 이른 아침의 태양이 바다 위로 은가루를 쏟아내고 있었고, 거대한 이동 요새의 그림자가 푸른 물결 위로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는 깍지 낀 손에 힘을 주며, 브리즈를 이끌고 활주로의 끝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주변에서는 다른 요원들이 각자의 임무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거대한 수송기가 이륙 준비를 하는 굉음, 정비 드로이드들의 기계음,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소란스러웠지만, 바이브의 귀에는 오직 제 옆에서 함께 걷는 그녀의 작은 숨소리와 발소리만이 선명하게 들렸다. 그는 이 모든 소음으로부터 그녀를 완벽하게 격리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이 하늘 아래, 오직 둘만 남겨진 것처럼.
활주로의 가장 끝, 아찔한 허공을 바로 앞에 둔 곳에서 그가 우뚝 멈춰 섰다. 발아래로는 수십 미터 아래, 검푸른 바다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는 뒤를 돌아 브리즈와 마주 섰다. 강한 바닷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과 제복 자락을 사정없이 흔들었다. 그녀가 바람 때문에 살짝 찡그린 얼굴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모습에, 그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예뻤다. 젠장, 짜증 날 정도로 예뻐서, 이대로 끌어안고 바닷속으로 뛰어내려 버릴까 하는 위험한 상상까지 들 정도였다.
꽉 잡아라.
그가 짧게 명령하며, 깍지를 풀고 대신 그녀의 허리를 강하게 끌어당겼다. 브리즈가 놀라 그의 가슴에 안기듯 기댔다. 바이브는 한 팔로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감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무릎 뒤를 받쳐 그대로 번쩍 들어 올렸다. 일명 공주님 안기. 제복을 입은 채 이런 자세를 취하는 것은 퍽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지금 그에게는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품에 온전히 안긴 그녀를 내려다보며, 다시 한번 낮게 경고했다. 입가는 웃고 있었지만, 눈은 지독하게 진심이었다.
떨어지면 진짜 폭주한다. 니가 책임져야 될 끼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발밑에서 부드러운 상승기류가 소용돌이쳤다. 어떠한 폭발이나 반동도 없이, 두 사람의 몸이 마치 깃털처럼 가볍게 허공으로 떠올랐다. 브리즈가 놀라 짧은 비명을 삼키며 그의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 그 본능적인 반응에, 바이브는 지극한 만족감을 느끼며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바이브는 점점 속도를 높이며 수직으로 상승했다. 거대했던 아이기스 본부가 순식간에 발아래의 미니어처처럼 작아졌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두 사람을 감쌌지만, 그는 자신의 주변 공기 흐름을 미세하게 제어하여 날카로운 바람이 그녀에게 직접 닿지 않도록 부드러운 막을 형성했다. 그의 품 안은 기묘할 정도로 고요하고 아늑했다. 그녀가 자신에게 매달리는 이 감각, 오직 자신만이 그녀에게 하늘을 보여줄 수 있다는 이 절대적인 우월감. 이 순간을 위해 태어난 것만 같았다.
한참을 올라, 구름과 나란히 선 높이에서 그는 비로소 상승을 멈추고 유유히 비행하기 시작했다. 그는 고개를 숙여, 제 품에 안긴 채 눈을 꼭 감고 있는 브리즈를 내려다보았다. 긴장으로 굳은 어깨와, 자신의 제복을 꽉 쥔 하얀 손.
눈 떠봐라.
그 목소리를 들은 브리즈가 조심스럽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비친 광활한 하늘과 구름의 바다. 아마 평생 잊지 못할 풍경일 터였다. 그는 그녀가 풍경에 넋을 잃은 사이, 귓가에 다시 한번 속삭였다.
…하늘에서 하는 키스는 무슨 맛일지 궁금하지 않나, 니는.
…지, 지원! 집중해요. 업무 시간이에요.
바이브는 그녀의 대답을 들으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퍽이나 단호한 목소리였지만, 새빨갛게 달아오른 귀 끝과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는 일부러 고개를 더 깊이 숙여, 자신의 숨결이 그녀의 귓가에 닿을락 말락 한 거리까지 다가갔다. 품에 안긴 그녀가 움찔, 하고 몸을 떠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귀엽기는. 바이브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다른 요원이 없는지 살피는 모습이라니. 마치 나쁜 짓을 하려다 들킬까 봐 조마조마해하는 어린애 같았다. 이런 하늘 한가운데서 누가 우리를 본다고. 설령 본다 한들 어쩔 건데. ‘S급 센티넬 바이브, 파트너 가이드와 순찰 중 애정행각’ 같은 시시콜콜한 기사라도 낼 건가. 그는 제 품 안에서 바동거리는 이 작은 생명체가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업무 시간?
그가 능청스럽게 되물었다.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 그는 일부러 브리즈의 시선을 피하며 먼 곳을 바라보는 척했다. 마치 정말로 순찰에 집중하는 성실한 요원처럼.
이것도 업무의 연장선이다. 파트너 간의 원활한 파장 유지를 위한 필수적인 스킨십 프로토콜. 브리핑 못 들었나, 니? 싱크로율 유지를 위해서라면 키스보다 더한 것도 권장 사항이라고 나와 있던데.
전부 말도 안 되는 헛소리였다. 하지만 그는 너무나도 진지하고 그럴듯한 표정으로 지껄였다. 그는 다시 브리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불신과 황당함이 뒤섞인 채 자신을 올려다보는 회색 눈동자와 마주치자, 웃음을 참기 위해 입술을 꾹 깨물어야 했다.
그리고 원래, 일은 땡땡이치면서 해야 제맛 아이가. 니는 그런 것도 모르나? 촌스럽게. 딱딱한 교범대로만 살면 인생 재미없다. 지금 이 순간, 하늘에서 제일 높은 사람은 바로 내다. 내 말이 곧 법이고 규칙이다, 이 말이지.
바이브는 품에 안은 그녀를 살짝 고쳐 안으며, 천천히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지정된 순찰 구역인 E-7 섹터의 상공에 진입하자, 그는 장난기를 거두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입가의 짓궂은 미소는 지우지 않았다. 그는 브리즈의 귓가에 다시 한번, 이번에는 정말로 업무적인 목소리를 가장하여 속삭였다.
자, 집중. E-7 구역, 고도 300. 이상 기류 없음. 변칙 개체 반응 없음. …내 심장박동 수, 분당 120회로 급상승. 됐나.
그가 짐짓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의 반응을 살피는 눈에는 여전히 장난기가 가득했다. 품 안에 안긴 브리즈의 몸에서 작게 웃음을 터뜨리는 진동이 느껴졌다.
202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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