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 @yknhkou
A A

그녀의 손길은 그 어떤 가이딩보다도 다정했다. 바이브는 제 뒷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감촉에 잠시 눈을 감았다. 그녀의 무릎에 기댄 이마 위로, 그의 머리카락을 헤집는 손가락 사이로, 그녀의 체온과 안도감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죽는다는 말 하지 말라는, 그 다정한 꾸짖음에 그의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살짝 올라갔다. 죽을 만큼 절박하다는 뜻이었는데. 하지만 그녀가 곁에 있어 주겠다니, 이제 정말 죽을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말 한마디가, 그의 존재 이유를 다시금 새기고 있었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을 때, 그의 세상은 온전히 그녀의 얼굴로 가득 찼다. 새빨개진 얼굴로 겨우 내뱉는 속삭임. 그 말들은 마치 공기 중에 흩어지는 미세한 바람의 입자처럼, 그의 모든 감각 속으로 스며들어와 심장을 통째로 움켜쥐었다. 무섭다고. 그녀도, 자신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서로의 존재가 너무 커져 버려서, 잃을까 봐 두려워지는 그 아찔한 감정. 혼자만 앓고 있던 열병이 아니었음에, 그는 설명할 수 없는 깊은 유대감과 함께 가슴 저릿한 위안을 느꼈다.

바이브는 말없이 그녀의 붉어진 뺨을 바라보았다. 새침하게 자신을 째려보는 그 회색 눈동자에는, 부끄러움과 함께 감출 수 없는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귀엽다. 미치도록. 이 감정을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할지 몰라, 그는 그저 그녀의 얼굴을 제 눈에, 마음에, 하나하나 새기듯 담았다. 그는 뺨을 감쌌던 손을 내려, 대신 소파 위에 놓인 그녀의 손을 찾아 깍지를 꼈다. 그리곤 그 손을 들어 올려 제 입술에 가져다 대고, 손등에 가만히 입을 맞추었다. 경건하고도 신성한 의식처럼.

내는… 더 무섭다.

그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더 낮고 깊게 잠겨 있었다. 그는 그녀의 손등에 입술을 댄 채, 시선은 오직 그녀에게 고정한 채로 말을 이었다. 그의 파란 눈동자가 맹세처럼 반짝였다.

니가 너무 좋아서, 매일매일이 꿈 같아서. 언젠가 이 꿈에서 깰까 봐 무섭다. 아침에 눈 떴는데 니가 내 옆에 없으면, 나는 진짜로 어찌 될지 모른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옆, 소파 위로 비집고 올라앉았다. 좁은 공간에 두 사람의 체온이 금세 뒤섞였다. 그는 깍지 낀 손을 놓지 않은 채, 남은 팔로 그녀의 어깨를 끌어당겨 제 품에 완전히 가뒀다. 그리곤 그녀의 정수리에 턱을 괴고, 아까 그녀가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부드럽게 머리카락을 쓸어주었다. 페퍼민트와 비누향, 그리고 그녀의 향기가 뒤섞인 그의 체향이 브리즈를 포근하게 감쌌다.

그러니까, 니도 내 옆에 딱 붙어 있어라. 서로가 서로한테 전부인 채로, 무서우면 무서운 대로 같이 있으면 된다. 알겠나?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그의 유일한 해답이었고, 그녀와 함께 그려갈 미래에 대한 선언이었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감싼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었다. 마치 이 세상의 모든 불안과 두려움으로부터 그녀를 지켜낼 수 있다는 듯이. 품 안에 쏙 들어오는 작은 온기가, 그에게는 세상 그 자체였다. 그는 한참 동안이나 그렇게 그녀를 안고, 어질러진 거실의 풍경과 그 안을 채운 두 사람만의 고요하고 완벽한 평화를 만끽했다.

'어릴 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50903  (0) 2026.05.15
20250902  (0) 2026.05.15
20250703  (0) 2026.05.15
20250621  (0) 2026.05.15
20250614  (0) 2026.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