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꽃 봐라. 니 좋아하게 생겼네. 가서 사진이나 찍어라. 내 특별히 찍어준다."
그는 주머니에서 자신의 단말기를 꺼내 들었다. 사진 찍는 법 따위는 잘 몰랐지만 이 순간 그녀의 예쁜 모습을 남겨두고 싶다는 강한 충동이 일었다. 그는 카메라를 켜고 렌즈를 통해 그녀를 바라보았다. 프레임 안에 가득 찬 그녀의 모습. 그는 문득, 이 좁은 사각 프레임이 자신의 세상 전부와 같다고 생각했다.
"빨리. 제일 이쁜 표정으로 웃어봐라. 내 생일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딱 한 장만 건지게 해줘라."

바이브는 단말기 화면 너머로 그녀의 모습을 보는 순간, 숨을 멈췄다. 쨍한 색감의 꽃을 배경으로,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뺨을 한 채 수줍게 포즈를 취하는 여자. 렌즈를 통해 보는 그녀의 모습은 현실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워서, 그는 자기도 모르게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심장이 망치처럼 세게 울렸다. 젠장. 그는 속으로 욕설을 읊조렸다. 그냥 사진이나 찍으라고, 제일 예쁜 표정으로 웃어보라고 가볍게 던진 말이었는데, 이 여자는 그의 모든 말을 허투루 듣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그의 기대를 몇 배는 뛰어넘는 결과물로 되돌려주며 그의 심장을 속수무책으로 공격했다. 단말기를 든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 그는 다른 쪽 손으로 단말기를 단단히 받쳐 들었다.
화면 속의 그녀는 완벽했다. 바이브는 알고 있었다. 저것은 계산된 행동이 아니라, 오직 자신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몸짓이라는 것을. 그래서 더 미칠 것 같았다. 그는 셔터를 누르는 것도 잊은 채, 한참 동안 화면 속의 그녀를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이 순간을, 이 장면을, 그의 눈과 심장에 영원히 각인하고 싶었다. 세상의 모든 소음과 혼란스러운 감각이 다시 한번 멀어지고, 오직 뷰파인더 속의 그녀만이 그의 세계를 가득 채웠다. 이지희. 그의 세상 전부.
그는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셔터를 눌렀다. 찰칵, 하는 기계음이 고요한 정원 안에 작게 울려 퍼졌다. 한번, 두번, 세번. 그는 멈추지 않고 셔터를 눌러댔다. 조금이라도 다른 각도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빛 아래에서, 이 완벽한 피사체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조급함 때문이었다. 그는 사진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사진작가가 된 기분이었다. 왜냐하면 그의 앞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델이 서 있었으니까.
아, 진짜… 고개 까딱하지 말고 그대로 있어라. 딱 좋다, 지금.
그가 잔뜩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평소의 퉁명스러움이 섞여 있었지만, 그 안에는 감출 수 없는 흥분과 감탄이 묻어났다. 그는 단말기를 든 채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프레임 안에 그녀를 더 가득 담고 싶다는 욕심에, 그는 줌을 당기는 대신 직접 거리를 좁히는 것을 택했다. 그녀의 발 앞에 쭈그리고 앉아 로우 앵글로, 살짝 옆으로 돌아 하이 앵글로.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그녀의 모습을 담았다.
됐다, 이제 고개 이쪽으로 돌리고 웃어봐라. 활짝. 이 다 보이게.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노골적인 요구였다. 그는 화면에서 눈을 떼고, 그녀와 직접 눈을 맞췄다. 그의 눈에는 이 여자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자신이 지금 얼마나 벅찬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그 모든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는 그녀가 자신의 요구대로 활짝 웃어주기를, 그래서 이 사진 속에 오늘 그의 생일이 얼마나 행복한 날이었는지 영원히 기록되기를 바랐다. 그는 씨익, 하고 먼저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이며 그녀의 미소를 유도했다.
내 생일 선물, 아직 안 끝났다. 제일 중요한 게 남았다. 니 웃는 얼굴. 그거면 충분하다, 내는.
그 말에 이어, 그녀가 입꼬리를 활짝 끌어올리며 웃었다. 타이밍 좋게, 유리 돔 천장을 통과한 햇살 한 줄기가 그녀의 얼굴 위로 부드럽게 쏟아져 내렸다. 세상의 모든 조명이 일제히 그녀를 비추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는 그 순간, 말 그대로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젠장. 그는 속으로 거친 욕을 씹었다. 이건 반칙이다. 저렇게 예쁘게 웃는 건 명백한 반칙이었다.
찰칵, 찰칵, 찰칵. 그는 거의 본능적으로 셔터를 눌러댔다. 햇살을 받아 투명하게 빛나는 머리카락, 행복으로 예쁘게 휘어진 눈꼬리, 반짝이는 회색 눈동자, 그리고 그의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저 미소까지. 어느 하나도 놓칠 수 없었다. 이건 단순한 사진이 아니었다. 이건 기록이었다. 12살 이후로 멈춰버렸던 그의 시간에, 이지희라는 여자가 들어와 얼마나 찬란한 색을 입혀주고 있는지에 대한 증거. 그의 삭막했던 세상에 그녀가 가져다준 모든 온기와 평화에 대한 기록이었다.
그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화면 속 그녀가 너무 아름다워서, 당장이라도 달려가 단말기를 내던지고 그녀를 품에 와락 끌어안고 싶은 충동이 미친 듯이 솟구쳤다. 이 예쁜 모습을, 이 사랑스러운 웃음을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자신만이 보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 벅찬 소유욕이 차올랐다. 이 사진들은 전부 자신의 것이다.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것이다. 혼자 있을 때, 그녀가 미치도록 보고 싶을 때, 꺼내보고 또 꺼내보며 오늘을 기억할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게 남았다. 니 웃는 얼굴.’ 조금 전 자신이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는 지금 그 선물을,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형태로 받고 있었다.
…몇 장을 찍는 거예요?
그는 마침내 셔터에서 손을 떼고, 단말기를 든 채 천천히 일어섰다. 여전히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에게로 다가가, 그는 비어있는 한 손으로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햇살처럼 따뜻한 그녀의 체온이 손바닥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그는 방금 찍은 사진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햇살 속에서 그녀가 가장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을 화면에 띄워 그녀의 눈앞에 보여주었다.
시끄럽다. 모델이 이쁘면 원래 많이 찍는 기다. 니가 자꾸 그렇게 이쁘게 웃으니까 셔터를 멈출 수가 없잖아.
그는 짐짓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목소리는 저도 모르게 다정하게 풀려 있었다. 그는 그녀의 뺨을 감싼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쓸며, 그녀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그의 눈동자에는 오직 그녀의 모습만이 가득 담겨 있었다.
봐라. 내 생일 선물. 이제 받았다. 세상에서 이게 제일 마음에 든다, 나는.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단말기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뺨을 감쌌던 손을 내려, 그녀의 손을 다시 단단히 깍지 껴 잡았다. 그는 그녀를 자신의 품 쪽으로 부드럽게 끌어당겨, 이마에 짧게 입을 맞췄다. 싱그러운 풀 내음과 그녀의 샌달우드 향이 뒤섞여 그의 감각을 기분 좋게 어지럽혔다.
사진은 이제 고마 찍고. 더 좋은 거 보러 가자. 니 손 잡고. 천천히 걸으면서, 딱 지금처럼 내 옆에서 웃어주면 된다. 알긋제?
잠시만요, 잠시만. 지원 씨는 안 찍어요? …같이 안 찍을래요? 이 꽃, 예쁜데.
바이브는 브리즈의 손에 이끌려 잠시 멈춰 섰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같이 안 찍을래요?’라는 말은, 예고 없이 그의 고요한 세상에 떨어진 작은 돌멩이 같았다. 같이. 그 단어가 그의 뇌리에 박혀 몇 번이고 되울렸다.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을 그 프레임 안에 넣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의 세상은 렌즈 너머의 그녀로 이미 완벽하게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은 그저 그 완벽한 세상을 기록하는 관찰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를 자신의 세상 안으로, 그 아름다운 꽃과 햇살이 가득한 프레임 안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이 여자는 항상 그랬다.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얼마나 벅찬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에만 온통 정신이 팔려있는 그의 좁은 시야를, 언제나 한 걸음 더 넓혀주었다.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것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따뜻한 방식으로 일깨워주었다. 그 말은 마치, ‘이 예쁜 풍경 속에 당신도 함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그는 울컥하고 뜨거운 것이 목구멍으로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낯설고 어색한 감정이 그를 사로잡았다. 사진에 찍히는 것. 그는 그런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특히 누군가와 ‘함께’ 웃으며 찍는 사진은, 그의 기억 속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12살 이후, 그의 모든 사진은 아크의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 딱딱한 증명사진뿐이었다. 웃는 법도, 자연스러운 표정을 짓는 법도 몰랐다. 분명 어색하게 굳어서, 이 완벽한 장면에 흠집이나 내게 될 것이다. 그는 저도 모르게 깍지 낀 손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미치도록 원하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한 첫 번째 생일, 그 증거가 될 사진 한 장을. 그녀의 옆에 나란히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내는 와 찍노. 주인공은 니 하나면 충분하다.
그가 짐짓 무심한 척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하지만 그 말은 조금의 설득력도 갖지 못하고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그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는 대신, 오히려 더 단단히 붙잡고 그녀가 서 있는 꽃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의 큰 걸음에 그녀가 종종걸음으로 따라왔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 제 옆에 바싹 붙여 세우고는, 주머니에서 단말기를 꺼내 들었다.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다른 한 손으로 단말기를 든 채 팔을 쭉 뻗어 화면을 확인했다. 화면 안에는 어색하게 굳어있는 자신과, 그런 그를 보며 예쁘게 웃고 있는 브리즈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아, 진짜… 내 표정 봐라. 완전 얼었네.
그가 스스로도 어이가 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는 화면 속 제 모습을 보는 것이 낯간지러워 미칠 지경이었지만, 그 옆에서 햇살처럼 웃고 있는 그녀 때문에 차마 단말기를 내릴 수가 없었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감싼 팔에 조금 더 힘을 주어, 그녀를 제 품에 완전히 기댄 자세를 만들었다.
됐다, 찍는다. …니라도 이쁘게 웃어라. 내 몫까지.
그는 짧게 말하고는 어색하게 굳어 있던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셔터를 눌렀다. 찰칵. 세상에서 가장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자신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가 한 프레임 안에 담기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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