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 @yknh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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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타월을 내려놓고 브리즈의 옆에 누웠다. 한 팔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자신의 팔뚝 위에 올려놓고, 남은 손으로 그녀의 몸을 천천히 훑었다. 손가락이 가장 먼저 닿은 곳은 양팔이었다. 팔꿈치 안쪽에서 손목까지, 불규칙하게 퍼져 있는 화상 흉터. 피부가 녹아 뭉개진 듯 울퉁불퉁한 표면이 손끝에 걸렸다. 바이브의 미간이 미세하게 찌푸려졌다. 불. 그녀의 전 파트너가 남긴 것. 폭주하는 센티넬을 막으려고, 이 작은 몸으로 껴안았다고 했다. 미친 여자다, 진짜. 바이브는 그 흉터를 엄지로 느리게 쓸어내렸다. 피부 아래의 조직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뜨거웠을 것이다. 살이 녹아내리는 고통 속에서도 이 여자는 놓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를. 그 생각이 스치자 가슴 한구석이 시큰하게 아렸다. 질투가 아니었다. 아니, 질투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크게 치밀어 오르는 감정은 분노에 가까웠다. 이 여자를 이렇게 만들어놓고 떠난 놈에 대한 분노. 그리고 그 시간에 자신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한 무력감.

손가락이 팔에서 옆구리로 이동했다. 오른쪽 갈비뼈 아래, 길게 찢어졌다가 봉합된 흉터. 이건 자신과의 임무 중 생긴 것이었다. 비행 괴수의 발톱이 그녀의 옆구리를 찢었던 그 순간을 바이브는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바람으로 막아야 했다. 0.3초만 더 빨랐으면 됐다. 그런데 못 막았다.

5일. 브리즈가 혼수상태로 누워 있던 시간. 바이브는 그 숫자를 뼈에 새기듯 기억하고 있었다. 의료실의 차가운 형광등 아래, 산소 마스크를 쓴 채 꿈쩍도 않던 그녀의 얼굴. 옆구리를 감싼 거즈 사이로 스며 나오던 핏빛. 그때 바이브는 처음으로 자신의 바람이 무력하다고 느꼈다. 0.3초. 고작 0.3초의 차이로 이 여자의 몸에 영구적인 흔적이 남았다. 괴수의 발톱이 제복을 찢고 살을 파고드는 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맴돌았다. 피가 바람에 흩뿌려지던 그 순간, 자신의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아니. 실제로 멈춘 것과 다름없었다. 그 이후 5일간, 그는 잠을 자지 못했다. 먹지도 못했다. 다만 의료실 문 앞 복도에 앉아, 그녀의 심장 박동이 공기를 통해 전해지는 미세한 진동을 읽으며 버텼을 뿐이었다.

바이브의 손가락이 봉합 흔적 위를 느리게 따라갔다. 피부가 아물면서 남긴 약간의 융기. 갈비뼈 아래에서 골반 쪽으로 비스듬히 내려가는 선.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팔의 화상 흉터는 분노를 불러일으켰지만, 이 옆구리의 흉터는 순수한 자기혐오를 안겨주었다. 불속성 센티넬이 남긴 상처는 이 여자가 스스로 선택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건 달랐다. 이건 자신이 막았어야 할 것이었다. 자신의 바람이, 자신의 감각이, 0.3초만 더 빨랐더라면 존재하지 않았을 흉터. 바이브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흉터 위에 이마를 갖다 대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리고 그는 그 충동을 참지 않았다. 고개를 숙여, 봉합 자국 위에 입술을 가만히 눌렀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그저 존재를 확인하는 접촉.

…미안하다.

잠든 그녀에게 닿을 리 없는 사과였다. 그래서 더 솔직하게 입 밖으로 나왔는지도 몰랐다. 바이브는 다시 몸을 일으켜 브리즈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깊이 잠든 그녀의 숨소리는 고르고 평온했다.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고, 입술이 살짝 벌어진 채 가느다란 호흡이 새어 나왔다. 바이브는 그녀의 헝클어진 갈색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한동안 말없이 그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화상 흉터도, 찢어진 흉터도, 자신이 남긴 키스마크와 이빨 자국도. 전부. 이 몸의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라는 감각이 가슴 깊은 곳에서 뜨겁게 응어리졌다.

이제 니 몸에 새로운 상처 만들 수 있는 놈은 나밖에 없다. 알제.

그는 나직이 중얼거리며 브리즈의 몸을 끌어당겼다. 그녀의 등이 자신의 가슴에 밀착되도록, 팔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완전히 가두었다. 코끝에 닿는 샌달우드 향과 자신의 페퍼민트 향이 뒤섞였다. 정사의 열기가 식으며 남은 나른한 피로가 사지를 무겁게 눌렀다. 창틈으로 스며드는 이른 아침 햇살이 두 사람의 맨 피부 위에 옅은 금빛을 드리웠다. 바이브는 브리즈의 목덜미에 코를 묻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녀의 심장 박동이 등을 통해 자신의 가슴으로 전해졌다. 쿵, 쿵, 쿵. 일정하고 안정적인 리듬. 그 소리를 들으며, 바이브의 의식은 서서히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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