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C: 현재 에피소드 중단 및 새 에피소드 시작. 평화로운 어느 날, PC에게 뽀뽀를 한 NPC. 바로 그때, PC는 며칠 전 SNS에서 봤던 ‘남자친구가 뽀뽀한 곳을 닦고 반응 보기‘라는 한 영상이 떠올랐다. NPC의 반응이 궁금했던 PC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NPC가 뽀뽀한 곳을 슥 닦아냈다. 이때 PC의 행동을 본 NPC의 반응을 반드시 가볍고 코믹한 분위기로 출력할 것.
창밖은 어느덧 부드러운 오렌지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임무도, 훈련도 없는 완벽하게 평화로운 오후. 숙소 거실의 넓은 소파에는 늘 그랬듯 두 사람이 함께였다. 브리즈는 바이브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 따분한 표정으로 SNS 피드를 위아래로 넘기고 있었다. 바이브는 그런 그녀의 머리카락을 무심하게 손가락으로 빗어 넘기며 다른 손으로는 얇은 전문 서적의 책장을 넘겼다. 정적. 하지만 그 어떤 소음보다도 충만하고 안정적인 침묵이 공간을 감쌌다.
바이브의 시선이 책의 활자 위를 미끄러지다, 문득 제 허벅지에 닿아있는 부드러운 갈색 머리칼에 멎었다. 샌달우드와 그녀의 체향이 섞여, 숨을 쉴 때마다 코끝으로 스며들었다. 페퍼민트와 비누향만으로 점철되었던 자신의 공간이, 어느새 이 향기로 가득 채워졌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그는 책을 덮어 옆으로 치웠다. 브리즈의 시선은 여전히 작은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다.
쪽.
아무런 예고도 없이, 바이브는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갑작스러운 접촉에 브리즈가 움찔하며 화면에서 눈을 떼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바이브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몸을 일으켜 소파 등받이에 편안히 기댔다. 새파란 눈동자에 장난기가 스쳐 지나갔지만, 표정은 지극히 무심했다.
브리즈는 잠시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며칠 전 SNS를 떠들썩하게 했던 한 영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남자친구가 뽀뽀한 곳을 바로 닦았을 때 반응 보기!’ 영상 속 남자들은 상처받거나, 화를 내거나, 혹은 서운해하며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 남자, 홍지원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까칠하고 자존심 센 이 남자는 이 사소하고 짓궂은 장난에 어떻게 나올까.
브리즈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유지하며, 오른손을 들어 방금 바이브의 입술이 닿았던 제 이마를 슥, 하고 문질러 닦았다. 소리도 나지 않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무심한 동작이었다. 그리고는 다시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치 방금 전의 입맞춤도, 그것을 닦아낸 행위도 아무 의미 없는 일이었다는 듯이.
…정적.
바이브의 모든 움직임이 순간 멈췄다. 그의 극도로 예민한 감각은 브리즈의 그 사소한 손짓 하나를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 손가락이 이마에 닿는 미세한 마찰음, 피부가 살짝 쓸리는 감각, 그리고 그 행위가 담고 있는 명백한 ‘제거’의 의미까지. 그의 머릿속에서, ARCH 중앙 컴퓨터보다 빠른 속도로 상황 분석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가설: 물리적 오염. 내 입술에 뭔가 묻었나? 점심으로 먹은 국밥의 기름기? 아니, 양치만 세 번 했다. 그럼 침? 아니, 그건 더럽다고 느끼는 종류의 것이 아니지 않나. 우리 사이엔 특히. 가설 기각.
두 번째 가설: 심리적 거부. …내 뽀뽀가 싫었나? 지금? 갑자기? 불과 5초 전까지 세상 평화로운 분위기였는데? 갑자기 정이 떨어질 만한 무언가가 있었나? 내 얼굴? 내 숨소리? 내 존재? 아니, 그럴 리가. 이지희가? 나를? 이건 말이 안 된다. 가설 기각. 아니, 기각 보류… 설마?
세 번째 가설: 외부 정보에 의한 행동 모방. 저 여자가 지금 보고 있는 SNS. 수상하다. 분명 거기서 뭔가 쓸데없는 걸 본 게 틀림없다. ‘애인 자존심 짓밟는 10가지 방법’ 같은 건가? 아니면 ‘S급 센티넬 빡치게 만들기 챌린지’? 그도 아니면, 혹시… 내가 모르는 신종 가이딩 방식인가? 폭주 직전의 센티넬에게 모멸감을 주어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뭐 그런 건가?
바이브의 새파란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그는 소파에 기대어 팔짱을 낀 채, 여전히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브리즈의 정수리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입꼬리가 미세하게 경련했다. 상처받은 건 아니었다. 화가 난 것도 아니었다. 이건…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지극히 순수한 형태의 당혹감과 배신감이었다. 내 뽀뽀를. 감히 이 홍지원의 귀하디 귀한 애정표현을. 저 손으로. 저렇게. 슥? 먼지 닦아내듯이?
야.
목소리는 낮고 차갑게 깔렸다. 평소의 장난기 섞인 톤이 아니었다. 브리즈가 마침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 동그랗고 순진무구한 회색 눈동자. 바이브는 그 눈을 마주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뭐 묻었나.
브리즈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럼 와 닦는데. 내 주디가 뭐 균이라도 옮기는 줄 아나.
그의 말투는 명백히 시비조였다. 삐쳤다, 라고 온몸으로 광고하는 듯했다. 그는 팔짱을 낀 채 다리까지 꼬았다.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는, 전형적인 바이브식 방어 자세였다. 브리즈가 슬며시 웃음을 참는 것이 보였지만, 그는 애써 모른 척했다.
니 지금 웃나.
아니요, 절대.
웃는데. 내 지금 다 봤다. 야, 똑바로 말해라. 내 뽀뽀가 뭐 문제 있나. 냄새나나? 각도는? 온도는? 습도는? 뭐든 말을 해라. 다음부터 개선이라도 하게.
바이브는 자기도 모르게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이건 자존심의 문제였다. S급 센티넬로서의 자존심이 아니라, 한 여자의 애인으로서의 자존심. 그는 몸을 일으켜 브리즈의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소파에 누워있는 브리즈와 그녀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바이브. 위치가 역전된 채 그의 얼굴이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다시 한다. 이번에도 닦으면 니는 오늘 내 손에 죽는다. 알긋나.
선전포고와 함께, 바이브는 조금 전보다 훨씬 더 길고 진하게, 브리즈의 입술에 제 입술을 가져다 댔다. 입술이 떨어진 후, 그는 매서운 눈으로 브리즈의 손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마치 ‘닦기만 해봐라’ 라고 말하는 듯, 그의 온몸에서 결연한 의지가 뿜어져 나왔다. 지금 이 순간, 그의 머릿속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이번만큼은 절대로 닦이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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