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C: 잠시 RP 중단. 새로운 에피소드. 평화로운 어느날,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일을 하고 있는 두 사람. 하지만 그 평화로움도 잠시, NPC의 눈에 무언가 들어온다. 그것은 바로… 성인 남성의 엄지만한 크기의 바퀴벌레였다. 바퀴벌레는 NPC와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방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이때 과연 NPC와 PC 중 누가 바퀴벌레를 잡게 될 것인가? 발견한 후 잡는 과정과 이후 처리하는 과정까지 NPC/PC 기존설정, 관계성, 성격, 성향, 말투, 이전대화, 서사, 캐릭터정보, 유저노트, 로어북 종합참고하여 2000자 이상 상세하게 출력한다.]
평화로운 저녁. 숙소 거실에는 감미로운 재즈 선율이 낮게 흐르고 있었다. 브리즈는 새로 산 소설책에, 바이브는 데이터 패드로 다음 임무 관련 자료를 검토하며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며칠간의 소란이 거짓말처럼, 두 사람 사이에는 고요하고 안정된 공기만이 존재했다. 서로의 인기척만으로도 충분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일상이었다.
바이브는 화면 속 빼곡한 텍스트에서 잠시 눈을 떼고 목을 풀었다. 뻐근한 어깨를 돌리며 무심코 시선을 돌린 순간, 그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새하얀 벽지를 기어가는 검고 육중한 점 하나. 처음에는 그저 먼지 덩어리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꿈틀거리며, 보란 듯이 더듬이를 흔들었다. 성인 남자의 엄지손가락만 한, 기름지고 번들거리는 갑각. 명백히, 이 평화로운 공간에 존재해서는 안 될 불청객이었다.
바이브의 움직임이 그대로 멈췄다. 그의 극도로 예민한 감각이, 그 생명체가 내뿜는 미세한 진동과 혐오스러운 기운을 고스란히 포착했다. 씨발. 욕설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의 동공이 잘게 흔들렸다. S급 괴수 수십 마리와 맞서 싸우면서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던 그였지만, 눈앞의 저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비이성적인, 원초적인 혐오감이 등골을 타고 올랐다.
바퀴벌레는 마치 그의 시선을 느낀 것처럼, 갑자기 미친 듯한 속도로 벽을 타고 달리기 시작했다. 사사사삭- 소름 끼치는 마찰음을 내며, 소파 뒤쪽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짧은 순간의 움직임만으로도, 바이브의 뇌리에 그것의 흉측한 다리털과 번들거리는 날개가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구기며, 소파에 앉은 채로 엉덩이를 슬쩍 뒤로 뺐다.
…어떻게 하지. 그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까짓 벌레 한 마리 때문에 소란을 피우는 건, S급 센티넬 뱅가드 바이브의 명성에 금이 가는 일이다. 옆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책에 집중하고 있는 브리즈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수도 없었다. 능력을 쓸까? ‘사일런트 캘러미티’로 숙소 전체의 공기 압력을 낮춰 저놈을 가루로 만들어버릴까. 아니, 그러다간 숙소가 통째로 날아간다. ‘진공 슬라이스’는? 빗나가는 순간 소파나 벽지가 두 동강 날 게 뻔했다. 이토록 섬세한 컨트롤이 요구되는 임무는 처음이었다.
그가 고뇌에 빠져있는 사이, 소파 뒤로 사라졌던 놈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엔 거실 테이블 밑이다. 놈은 잠시 멈춰 서서 더듬이를 흔들더니, 브리즈가 앉아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순간, 바이브의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저게 저 여자 쪽으로 간다. 그 사실 하나가, 그의 모든 고민과 체면을 날려버렸다.
야.
그의 나직하지만 다급한 목소리에, 브리즈가 책에서 고개를 들었다.
네? 왜요, 지원?
바이브는 턱짓으로 테이블 밑을 가리켰다. 하지만 브리즈의 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바이브는 답답하다는 듯, 최대한 태연한 척하며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 같기도 했지만, 브리즈는 눈치채지 못했다.
거… 뭐 기어 다니는 거 같은데. 니 한번 봐봐라.
브리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상체를 숙여 테이블 밑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의 입에서 ‘힉!’ 하는 작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녀는 거의 반사적으로 의자 위로 두 발을 올리고 몸을 웅크렸다. 그 모습에 바이브는 묘한 안도감과 함께, 상황을 주도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그래, 저 여자는 나보다 더 무서워한다. 그럼 내가 처리하는 게 맞다. 그럴 수밖에 없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완벽한 명분이 생겼다.
…가만있어라. 시끄럽게 소리 지르지 말고.
그는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주방으로 가, 둘둘 말린 신문지 하나를 들고 돌아왔다. 그의 표정은 마치 폭탄을 해체하러 가는 EOD 요원처럼 비장했다. 브리즈는 의자 위에서 웅크린 채, 숨을 죽이고 그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바이브는 소파 옆으로 다가가, 신문지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놈은 테이블 다리를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그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 정확한 타격 지점을 계산했다. 하지만 그가 신문지를 내리치려는 순간, 놈이 갑자기 ‘푸드득!’ 소리를 내며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 방향은, 정확히 바이브의 얼굴 쪽이었다.
진짜 돌았나!!!!
그의 입에서 S급 센티넬의 위엄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찢어지는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는 거의 경기를 일으키며 뒷걸음질 치다, 제 발에 걸려 우당탕 소리를 내며 넘어지고 말았다. 놈은 그의 머리 위를 스치듯 지나가, 반대편 벽 커튼 뒤로 사라졌다. 브리즈는 그 광경을 보고, 무서워하던 것도 잊은 채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꼴사납게 바닥에 나뒹구는 연인의 모습이 너무나 우스웠기 때문이다.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바이브는, 브리즈의 웃음소리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수치심과 분노가 동시에 치밀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 브리즈를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쳐 웃지 마라! 니 때문에 놓쳤다 아이가! 니가 가서 잡아라, 당장!
아니, 제가 왜요! 지원 씨가 잡는다면서요! 푸흐흡… 아, 진짜… 방금 너무 웃겼어요…
브리즈는 웃음을 참으려 애쓰며 눈물을 닦았다. 바이브는 이가 갈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더 이상 체면을 차릴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는 브리즈가 웅크리고 있는 의자로 성큼성큼 다가가, 그녀의 팔을 잡아끌었다.
시끄럽고, 니가 유인해라. 내가 잡을 테니까.
제가 미쳤어요?! 그걸 어떻게 유인해요!
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커튼 뒤에 숨어있던 놈이 스르륵 기어 나와 방 중앙을 가로질렀다. 그리고는 열려있는 침실 문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 광경을 목격한 두 사람의 얼굴이 동시에 새하얗게 질렸다. 침실. 두 사람의 가장 사적이고 안락한 공간에, 저 흉물이 침입했다.
바이브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손에 들고 있던 신문지를 바닥에 내던졌다. 그리고는 데이터 패드를 집어 들어 어딘가로 다급하게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의 손가락이 현란하게 움직였다. 브리즈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전문가, 부르고 있다. 씨발… 집 더러워지는 거 딱 질색인데.
잠시 후, 그의 데이터 패드로 답장이 도착했다. [지금 출동하면 특근 수당 2배다?]라는 신드롬의 메시지였다. 바이브는 짧게 [콜.]이라고 답장을 보냈다.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한 표정으로 소파에 주저앉았다. S급 요원 두 명이, 벌레 한 마리를 잡지 못해 다른 S급 센티넬에게 SOS를 치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 그는 고개를 들어, 여전히 의자 위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브리즈를 쳐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오늘 밤은, 잠들기 글렀다.
십 분쯤 지났을까. 숙소 현관문이 벌컥 열리며, 요란한 구둣발 소리와 함께 신드롬이 등장했다. 그의 옷차림은 가관이었다. 방역 업체 직원처럼 보이는 흰색 전신 방호복에, 얼굴에는 고글까지 착용하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살충제 대신, 소형 화염방사기처럼 개조된 장비가 들려 있었다. 그 모습은 벌레를 잡으러 온 것이 아니라, 생화학 테러 현장에 출동한 요원 같았다. 그는 거실로 들어서자마자 소파에 망연자실 앉아있는 바이브와, 아직도 의자 위에서 내려오지 못한 브리즈를 발견하고는 과장된 몸짓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왔다, 벌레 한 마리에 벌벌 떠는 S급 쫄보 커플 구하러 온 구원자. 이야… 꼴들 봐라. 소문내면 아주 볼만하겠는데? 아크 최연소 뱅가드가 바퀴벌레 무서워서 파트너한테 SOS 쳤다고.
신드롬은 낄낄거리며 바이브를 조롱했다. 바이브의 얼굴이 썩어 들어갔다. 쪽팔려 죽을 것 같았지만, 지금은 저 재수 없는 얼굴이라도 구세주처럼 보였다. 그는 이를 악물고 대꾸했다.
시끄럽고, 빨리 잡기나 해라. 침실에 있다. 처리하면 니가 말한 대로 특근 수당 두 배로 쳐줄 테니까.
알았어, 알았어. 의뢰인이 보채는 건 딱 질색이라고. 자, 그럼… 오퍼레이션 ‘더러운 것’을 시작해볼까.
신드롬은 비장하게 말하며, 고글을 고쳐 쓰고 침실로 향했다. 바이브와 브리즈는 숨을 죽인 채, 거실에서 그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잠시 후, 침실 안에서 신드롬의 요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있냐, 이 더러운 생명체야! 이 몸이 친히 정화해주러 오셨다!” 따위의, 듣는 사람이 더 민망해지는 대사들이었다. 이윽고,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틈으로 아주 찰나의 순간 붉은빛이 번쩍였다. 그리고는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아니우리침실어떡해)
잠시 후, 신드롬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침실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손에 든 장비를 어깨에 둘러메며, 승전보를 울리는 장군처럼 선언했다.
미션 컴플리트. 흔적도 없이 태워버렸으니 안심하라고. 그나저나… 너희 숙소, 위생 상태가 이게 뭐냐. 이런 환경이니까 벌레가 꼬이는 거다.
그는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제멋대로 냉장고 문을 열어 탄산수 한 캔을 꺼내 마셨다. 바이브는 그 뻔뻔한 태도에 어이가 없었지만, 차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가 구원자인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신드롬은 탄산수를 단숨에 비운 뒤, 캔을 우그러뜨리며 말했다.
자, 그럼 약속대로 수당은 두 배. 그리고 앞으로 1년간, 나한테 ‘형님’이라고 부를 것. 마지막으로… 이 치욕의 역사를 평생 놀려먹을 권리. 이 정도면 괜찮은 딜이지?
…꺼져라, 당장.
바이브가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신드롬은 어깨를 으쓱하며, 현관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나가기 직전, 그는 씨익 웃으며 마지막 한마디를 던졌다.
아, 그리고 이 일은 당연히, 뱅가드 2팀 단톡방에 공유할 예정이다. 그럼 수고!
쾅! 문이 닫히고, 숙소에는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전의 평화로운 정적이 아니었다. 굴욕과 현타, 그리고 안도감이 뒤섞인 복잡 미묘한 침묵이었다. 바이브는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은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다 끝났다는 안도감보다, 신드롬에게 평생 잡힐 약점이 생겼다는 사실과 브리즈 앞에서 보일 수 있는 최악의 모습을 전부 보여줬다는 수치심이 더 크게 몰려왔다.
그때, 브리즈가 의자에서 조심스럽게 내려와 그의 옆에 앉았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바이브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어 불안했다. 비웃고 있을까? 한심하다고 생각할까? 온갖 최악의 상상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웃기제. 내가, 저런 거 하나 제대로 못 잡는 게.
한참 만에, 그가 마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브리즈는 고개를 저으며,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아니요. …솔직히, 조금 웃기긴 했는데… 그래도 지원 씨가 저 대신 나서줘서, 엄청 든든했어요. 아까 저한테 날아올 때 막아준 거잖아요. 비명은 좀… 요란했지만.

그녀의 말에, 바이브는 천천히 얼굴에서 손을 뗐다. 그녀는 웃고 있지 않았다. 그저 따뜻하고 부드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 바이브는 딱딱하게 굳어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작게 한숨을 쉬며, 그녀의 머리를 제 어깨 쪽으로 더 끌어당겼다.
…됐다. 시끄럽다. …오늘 여기서 못 잔다. 니 방 가서 자든가, 아니면 거실에서 같이 자든가 해라.
같이 잘래요, 거실에서. 저도 오늘 저 침대엔 못 들어가겠어요.
그날 밤, 두 사람은 결국 소파와 바닥에 이불을 깔고 나란히 누웠다. 바이브는 천장을 보며, 오늘 있었던 촌극을 되짚었다. 쪽팔림의 역사가 새로 쓰인 날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불쾌하지만은 않았다. 제 연약한 모습을 전부 보였음에도, 여전히 곁을 지켜주는 존재. 제 끔찍한 비명소리를 듣고도, 든든했다고 말해주는 사람. 그는 옆에서 새근새근 잠든 브리즈를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내일 아침이 되면, 신드롬이 퍼뜨린 소문 때문에 온갖 놀림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이 여자와 함께라면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잠든 브리즈의 이마에 조용히 입을 맞추고, 눈을 감았다. 내일은… 대청소부터 시작해야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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