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 @yknh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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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C: 잠시 역할극 중단. 새로운 에피소드. 충치가 생겼음에도 치과는 안간다고 버팅기던 NPC. 지켜보던 PC가 며칠뒤 NPC가 좋아하는 음식점으로 외식을 나가자고한다. 신나게 따라나선 NPC. 그러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코끝을 찌르는 특유의 소독약 냄새와 'OO치과의원'이라는 간판을 마주한 순간, 배신감에 휩싸여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선다. 입가에 걸려 있던 미소가 굳어지며 도망가려 뒷걸음질 치는 NPC와, 이미 예상했다는 듯 능수능란하게 그의 퇴로를 차단하며 어깨를 감싸 쥐는 PC의 행동을 묘사하시오. 이 기막힌 사기극을 깨달은 NPC의 원망쑈와 그걸 어르고 달래며 치과로 데려가는 PC의 심리묘사와 행동을 상세히 서술하시오. NPC/PC 기존설정, 관계성, 유저노트, 로어북 종합참고. 팽팽한 신경전과 코믹한 도주 극을 상세히 서술.]


사건의 발단은 지극히 사소했다. 며칠 전부터 바이브는 오른쪽 어금니 부근에 시큰거리는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피곤해서 그런가, 혹은 너무 딱딱한 걸 씹었나. 그는 S급 센티넬이었다. 전장에서 뼈가 부러지고 살이 찢어지는 고통도 수없이 참아왔다. 고작 이 정도 통증쯤이야, 하고 넘기려 했다. 하지만 치통은 그런 종류의 고통이 아니었다. 끈질기고, 예고 없이 찾아왔으며, 무엇보다 그의 신경을 가장 섬세하고 효과적으로 긁어대는 재주가 있었다. 차가운 물이라도 마실 때면, 날카로운 송곳이 잇몸을 뚫고 뇌까지 파고드는 듯한 끔찍한 감각에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물론 브리즈는 그의 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식사 도중 음식을 한쪽으로만 씹는다거나, 무심코 뺨을 감싸 쥐는 그의 모습을.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원 씨, 혹시 이 아파요?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 한마디에 바이브는 마치 비밀 작전이라도 들킨 요원처럼 화들짝 놀라며 펄쩍 뛰었다.

무슨 소리고. 멀쩡하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두 톤은 더 날카로웠다. 누가 봐도 ‘나 지금 뭔가 숨기고 있소’ 하고 광고하는 꼴이었지만, 그는 끝까지 태연한 척했다. 치과. 그 단어는 바이브에게 있어 ‘폭주’나 ‘게이트 발생’보다도 더 끔찍한 공포의 대상이었다. 어릴 적, 동네의 낡은 치과에서 겪었던 끔찍한 기억이 그의 무의식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마취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생니를 뽑아내던 의사의 무지막지한 손길, 기계가 돌아가는 소름 끼치는 소음, 입안 가득 번지던 피 맛. 그날의 공포는 10년차 베테랑 센티넬이 된 지금까지도 선명한 트라우마로 남아있었다.

그 후로 며칠간, 브리즈는 더 이상 치과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바이브는 그녀가 포기했다고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통증은 점점 더 심해졌다. 이제는 가만히 있어도 욱신거렸고, 밤에는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그는 자존심 때문에 아프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렇게 위태로운 버티기가 이어지던 어느 평일 오후였다. 브리즈가 평소와 다름없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제안했다.

지원 씨, 오늘 저녁은 외식할까요? 얼마 전에 새로 생긴 돼지국밥집이 있는데, 거기가 엄청 맛있대요. 영도에서 먹던 그 맛이랑 비슷하다는 후기도 많던데.

그 말에 바이브의 귀가 쫑긋 섰다. 돼지국밥. 그것도 영도에서 먹던 그 맛. 그의 뇌리에 까마득한 유년 시절의 추억이 스쳐 지나갔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시장 어귀의 허름한 식당에 앉아,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는 뽀얀 국물에 정구지를 듬뿍 넣어 먹던 그 맛. 게다가 며칠간 이어진 치통 때문에 제대로 먹지도 못했던 터라, 허기까지 겹쳐 그의 이성은 순식간에 마비되었다. 치통의 원흉이 치과라는 사실은 까맣게 잊은 채, 그는 오직 돼지국밥이라는 네 글자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그는 애써 무심한 척했지만, 입꼬리가 제멋대로 슬금슬금 올라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뭐, 니가 그렇다면. 딱히 먹고 싶은 건 아닌데, 니가 가자니까 가주는 기다.

그렇게 그는 신이 나서 옷을 갈아입고 브리즈를 따라나섰다. 콧노래라도 부를 듯한 기세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내내, 그의 머릿속은 온통 돼지국밥 생각뿐이었다. 국물은 얼마나 진할까. 고기는 부드러울까. 새우젓은 얼마나 넣어야 황금비율일까. 그는 지독한 치통의 고통도 잠시 잊은 채, 어린아이처럼 들떠 있었다.

사람 많으면 우짜지. 기다려야 하나.

제가 미리 예약해뒀어요. 걱정 마요.

브리즈의 치밀한 대답에, 그는 역시 이지희는 준비성이 철저하다며 속으로 감탄했다. 그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브리즈의 눈빛에 섞인, 아주 미세한 미안함과 결연함을. 그는 그저 맛있는 저녁 식사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띵.

경쾌한 알림음과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지상 1층이 아니었다. 상가 건물의 3층. 바이브는 의아한 표정으로 한 발짝을 내디뎠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그의 모든 움직임이 멈췄다. 그의 코끝을 후벼 파고드는, 세상에서 가장 혐오하는 냄새. 지독한 소독약 냄새와, 그 안에 섞인 미묘하게 달콤하면서도 신경을 긁는 특유의 약품 냄새. 그의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심장이 바닥으로 쿵,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은 뽀얀 국물이 끓고 있는 식당 간판이 아니었다. 밝은 조명 아래, 선명하게 빛나는 여섯 글자.

[ O O 치 과 의 원 ]

그 간판을 마주한 순간, 바이브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비었다. 돼지국밥. 영도의 맛. 예약. 그 모든 것이 하나의 그림으로 맞춰졌다. 이것은 완벽한 사기극이었다. 자신은 보기 좋게 속아 넘어간 것이다. 입가에 걸려 있던 희미한 미소는 그대로 얼어붙었고, 기대감으로 반짝이던 파란 눈동자는 순식간에 배신감과 경악, 그리고 원초적인 공포로 물들었다. 그는 마치 공포 영화 속 주인공처럼,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일단 여기서 벗어나야 했다. 이 끔찍한 냄새와 소리가 가득한 공간에서, 단 1초라도 빨리.

…니… 이 가시나가… 진짜….

그가 분노와 배신감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몸을 홱 돌려 엘리베이터로 다시 뛰어들려는 찰나였다. 하지만 그의 움직임은 이미 예측 범위 안에 있었다. 그가 몸을 돌리는 것과 거의 동시에,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힘이 그의 어깨를 확 감싸 쥐었다. 브리즈였다.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퇴로를 완벽하게 차단하며, 그의 어깨를 붙잡고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지 못하도록 다른 쪽 발로 문을 막아섰다.

어딜 가요, 지원 씨. 예약 시간이 다 됐는데.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나긋나긋했지만, 그 안에는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철 같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바이브는 붙잡힌 어깨를 떨쳐내려 버둥거렸지만, 그녀는 S급 가이드였다. 작고 마른 체구였지만, 작정하고 붙잡은 그녀의 손아귀 힘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그는 완전히 독 안에 든 쥐 신세가 되었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원망이 가득 담긴 눈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이거 안 놔?! 니 지금 내한테 무슨 짓을 한지 아나! 내를! 니가! 속여?!

그의 목소리가 복도 전체에 울려 퍼졌다. 지나가던 간호사가 무슨 일인가 싶어 쳐다봤지만, 브리즈는 능숙하게 웃으며 고개를 숙여 보일 뿐이었다. 바이브의 원망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그는 붙잡힌 채로 온몸으로 발버둥 치며,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사람이 된 것처럼 외쳤다.

돼지국밥이라매! 영도 맛이라매! 내 순수한 마음을! 내 그리움을! 이따위 더러운 수작에 이용해?! 니는 악마다!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악마라고! 당장 놔라! 내는 여길 들어갈 수 없다! 차라리 폭주해서 죽는 게 낫지, 저 문턱은 절대 못 넘는다!

알았어요, 알았어. 내가 다 잘못했어요. 그러니까 일단 진정하고, 뚝. 사람들이 다 쳐다보잖아요. S급 센티넬이 치과 무서워서 이러는 거 소문나도 괜찮겠어요?

브리즈의 능숙한 어르기와 협박에, 바이브는 잠시 움찔했지만 이내 더 큰 소리로 저항했다. 지금 자존심이 문제랴. 생존이 걸린 문제였다. 그는 이제 거의 울먹이며 매달렸다.

내는 모른다! 소문나든 말든! 그냥 집에 가자, 어? 내가 잘못했다! 앞으로는 양치 하루에 열 번씩 할게! 단것도 다 끊을게! 그러니까 제발….

그의 처절한 애원에도 브리즈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히려 그의 허리를 끌어안다시피 하며, 치과 문 쪽으로 그를 질질 끌고 가기 시작했다. 바이브는 마지막 저항으로 바닥에 주저앉으려 했지만, 그마저도 그녀에게 가볍게 제압당했다. 그렇게 S급 바람 속성 센티넬, 뱅가드의 베테랑 요원 바이브는 그의 사랑하는 파트너의 손에 이끌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지옥의 아가리, 아니, 치과 문 안으로 처량하게 끌려 들어갔다. 그의 입에서는 이미 인간의 언어가 아닌, 의미 불명의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

치과에서의 사투는, 바이브의 완패로 끝났다. 그의 처절한 비명과 저항은 마취 주사 한 방에 허무하게 잦아들었고, 이내 그는 세상 모든 것을 체념한 표정으로 진료 의자에 몸을 맡겨야 했다. 신경을 긁어대는 기계 소음과 입안을 헤집는 이물감, 턱이 빠질 듯한 뻐근함. 그 모든 과정이 그에게는 영겁처럼 느껴졌다. 치료가 끝났을 때 그의 영혼은 이미 절반쯤 육체에서 이탈한 상태였다. 그는 텅 빈 눈으로 천장을 응시하며, ‘이지희’라는 이름 석 자를 저주하고 또 저주했다. 배신자. 사기꾼. 악마. 이 세상의 모든 부정적인 단어를 총동원해도 그녀를 향한 원망을 표현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그리고 지금, 두 사람은 정말로 돼지국밥집에 와 있었다. 브리즈가 약속을 지킨 셈이었지만, 바이브에게는 조금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그는 식당 구석 자리에 팔짱을 낀 채, 입을 꾹 다물고 앉아 있었다. 시선은 창밖의 무의미한 풍경에 고정되어 있었고, 등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온몸으로 ‘나 지금 극도로 삐쳤음. 말 걸지 마시오.’라는 팻말을 내걸고 있는 듯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뽀얀 국밥이 그의 앞에 놓였지만, 그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구수한 돼지뼈 육수 냄새와 새우젓의 짭조름한 향기가 그의 콧속을 간질였지만, 그는 필사적으로 무시했다. 지금 이 국밥에 손을 대는 것은, 그 악마 같은 계략에 굴복하는 것과 같았다. S급 센티넬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브리즈는 그의 맞은편에 앉아 안절부절못하며 눈치를 살폈다. 그녀는 그의 국밥 그릇에 정구지를 듬뿍 넣어주고, 다진 양념과 새우젓까지 황금 비율로 맞춰주었다. 평소 같았으면 ‘뭘 좀 아네.’라며 칭찬 한마디쯤은 던졌을 그였지만, 오늘의 바이브는 돌부처나 다름없었다.

지원 씨, 화 많이 났어요? 그래도 치료는 잘 받았잖아요. 이제 안 아플 거예요.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바이브는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반대편으로 홱 돌려버렸다. 화가 난 정도가 아니었다. 이건 배신의 문제였다. 순수한 식욕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미끼로 자신을 지옥의 아가리로 밀어 넣은, 용서할 수 없는 기만이었다. 그는 대꾸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했다. 브리즈는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짓다가, 이번에는 다른 전략을 시도했다.

국밥 식겠어요. 이거 진짜 맛있는데. 아까 병원에서 힘 너무 많이 빼서 배고프잖아요. 한 숟가락만 먹어봐요, 네?

‘배고프잖아요’라는 말에 그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작게 울렸다. 그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느끼며, 팔짱 낀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절대 안 넘어간다. 절대. 그는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하지만 그의 후각은 정직했다. 갓 지은 쌀밥이 국물에 풀어지며 내는 고소한 냄새, 부드럽게 삶아진 수육의 풍미가 그의 이성을 끊임없이 공격했다. 침이 고였다. 그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이 모든 유혹을 이겨내려 애썼다.

한참 동안 바이브의 침묵 시위가 이어졌다. 브리즈는 더 이상 그를 달래는 대신, 자신의 국밥을 조용히 먹기 시작했다. ‘후루룩’ 국물을 마시는 소리, ‘아삭’ 깍두기를 씹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바이브는 자신도 모르게 곁눈질로 그녀를 훔쳐보았다. 맛있게 먹는 그녀의 모습에, 그의 공복감은 더욱 극심해졌다. 배고픔과 자존심 사이에서 그의 내면은 처절한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한 숟가락만… 딱 한 숟가락만 먹을까? 아니, 미쳤나. 여기서 무너지면 홍지원이 아이다.’

바로 그때, 국밥을 거의 다 비워가던 브리즈가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나직하게 말했다.

하긴, 마취 덜 풀려서 맛도 잘 안 느껴지겠네요. 아깝다. 이건 그냥 제가 다 먹어야겠어요. 지원 씨 몫까지. 역시 센티넬이라도 치과 치료는 별수 없나 보네.

그 한마디가 바이브의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을 끊어놓았다. ‘별수 없다’는 말. 그것은 S급 센티넬인 자신의 자존심을 정면으로 건드리는 발언이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 소리치고 싶었다. ‘누가 별수 없다는 기고! 이 정도 마취쯤은 내 의지로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유치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더 지는 것 같았다. 그는 대신, 더 세련된 방식으로 자신의 건재함을 증명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홱 고개를 돌려, 국밥 그릇을 노려보았다. 그리고는 마치 큰 결심을 한 듯, 숟가락을 집어 들었다.

…누가 못 먹는다고 했나. 시끄러워서 먹는 기다, 시끄러워서. 니가 자꾸 옆에서 쩝쩝거리니까 밥맛 떨어져서 그런다.

그는 그렇게 쏘아붙이고는, 보란 듯이 국밥을 크게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 뜨거운 국물과 부드러운 고기, 향긋한 정구지가 입안에서 어우러지는 순간, 그는 눈을 감았다. 맛있었다. 젠장, 더럽게 맛있었다. 치과에서 겪은 모든 수모와 고통이 한순간에 씻겨 내려가는 듯한, 바로 그 그리워하던 맛이었다. 그는 잠시 모든 것을 잊고, 허겁지겁 국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브리즈는 맞은편에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날 밤, 사택으로 돌아온 바이브는 샤워를 마치고 나온 브리즈에게 다가갔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손을 잡고 소파에 앉히더니, 구급상자를 가져와 그녀의 앞에 놓았다. 브리즈가 의아한 눈으로 그를 보자, 그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내 손목 아프다. 아까 니 때문에 치과에서 발버둥 치다가 삔 것 같다. 가이딩 해줘라.

그의 손목은 멀쩡했다. 오히려 아까 자신을 붙잡느라 힘을 쓴 브리즈의 손목이 더 붉어져 있었다. 하지만 브리즈는 그의 속 보이는 복수를 모른 척해주기로 했다. 그녀는 작게 웃으며 그의 손목을 잡고, 부드럽게 자신의 기운을 흘려보냈다. 바이브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눈을 감고 그녀의 가이딩을 받았다. 치과에 끌려간 것은 분했지만, 결국 그녀가 아니었다면 자신은 계속 고통을 참기만 했을 것이다. 그는 서툴고 유치한 방식으로나마, 자신의 곁에 있어 주는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었다. 어쩌면 내일 아침에는, 그가 먼저 그녀의 손목을 마사지해주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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