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 @yknh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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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C: 이전 RP 중지. 새로운 상황 전개. PC의 체온이 37.4도다. 미열이다. 그러나 NPC의 반응은 그것과 전혀 비례하지 않는다. NPC가 취하는 행동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라. 이마에 손 얹기, 체온계 재차 확인, 해열제 위치 파악, 죽을 끓이겠다는 선언, 모든 창문 점검, 병원에 가자는 제안. PC가 “진짜 괜찮아(pc의 성격과 말투대로 변형)”라고 말할 때마다 NPC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포함한다.]


바이브는 소파에 기대앉아 비디오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화면 속에서는 현란한 폭발과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그의 신경은 온통 다른 곳에 쏠려 있었다. 바로 옆에 앉아 뜨개질을 하는 브리즈에게서 느껴지는 미묘한 위화감. 평소보다 조금 더 높은 온기, 미세하게 흐트러진 숨소리의 파장, 평온한 표정 아래 감춰진 작은 피로감. 그의 S급 센서가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애써 태연한 척, 게임 컨트롤러만 만지작거렸다. ‘피곤한 거겠지. 어제 서류 작업 때문에 늦게 잤으니까.’ 그는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그는 참지 못하고, 게임에서 진 척 요란하게 컨트롤러를 내려놓았다.

아, 씨. 졌네. 재미없다.

그는 기지개를 켜는 척하며 자연스럽게 팔을 뻗어 브리즈의 이마에 손등을 가져다 댔다. 순간 그의 표정이 돌처럼 굳었다.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느껴지는 열기는 그의 이성을 순식간에 마비시켰다. 정상 체온보다 분명히 높은 무시할 수 없는 미열. 그의 동공이 가늘게 떨렸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그녀가 중병에 걸려 쓰러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4K 영상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야. 니, 열 있다.

그의 목소리는 평소의 퉁명스러움과 달리, 싸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브리즈는 뜨개질하던 손을 멈추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녀는 자신의 상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어쩐지 아침부터 살짝 으슬으슬하더라니…. 괜찮아요, 지원. 그냥 가벼운 감기몸살인가 봐요. 약 먹고 좀 쉬면 금방 나을 거예요.

‘괜찮아요.’ 그 말이 바이브의 불안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 거실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의 움직임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마치 긴급 상황에 투입된 요원처럼, 그의 모든 행동은 절도 있고 신속했다. 잠시 후, 그는 전자 체온계를 찾아내어 브리즈의 앞에 섰다.

입 벌려라. 정확하게 재 봐야 안다.

그의 강압적인 태도에 브리즈는 어쩔 수 없이 입을 벌렸다. ‘삑-’ 하는 전자음과 함께, 체온계 액정에는 ‘37.4℃’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 숫자를 확인하는 바이브의 얼굴은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한 듯 창백해졌다. 37.4도. 누군가에게는 그저 미열일 뿐인 그 숫자가, 그의 눈에는 사형 선고처럼 보였다. S급 가이드의 신체는 일반인보다 훨씬 예민하고 작은 이상 신호가 큰 문제의 전조일 수 있다는 사실이 그의 머리를 지배했다. 그는 체온계를 허공에 한번 흔들어보고는 다시 그녀의 입에 넣으려고 했다. 마치 체온계가 고장 났다고 믿고 싶은 사람처럼.

브리즈는 기가 막혀 그의 손을 막아섰다.

지원, 나 진짜 괜찮아요. 봐요, 37.4도잖아요. 미열이에요, 미열.

바이브는 ‘진짜 괜찮다’는 그녀의 두 번째 선언에, 들고 있던 체온계를 소파 위로 신경질적으로 던졌다. 그는 이마를 짚으며 중얼거렸다. 그 모습은 마치 인류의 존망을 걱정하는 사령관 같았다.

…미쳤나. 미열이 더 무서운 거다. 몸이 안에서부터 서서히 망가진다는 신호라고. 니는 그것도 모르나.

그는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펼치며, 이번에는 구급상자를 찾아 나섰다. 온 집안의 서랍을 다 열어볼 기세로 뒤지던 그는, 마침내 약이 든 상자를 찾아내어 내용물을 바닥에 모조리 쏟아부었다. 그는 수많은 약병과 포장지들 사이에서 해열제를 귀신같이 찾아냈다. 그리곤 정수기로 달려가 물을 받고, 약과 함께 그녀에게 내밀었다.

묵어라. 일단 열부터 내려야 된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심각했다. 브리즈는 한숨을 쉬며 그가 건넨 약과 물을 받아 들었다. 이 남자의 과보호는 언제쯤 익숙해질까. 그녀가 순순히 약을 삼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는 조금 안심한 듯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곧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빈속에 약만 먹으면 속 버린다. 가만있어라. 내가 죽 끓여줄게.

그의 폭탄선언에 브리즈는 마시던 물을 뿜을 뻔했다. 요리라고는 라면 물 맞추는 것밖에 못 하는 남자가, 죽을 끓이겠다고? 그것은 환자를 살리는 행위가 아니라, 멀쩡한 주방을 폭파시키겠다는 테러 예고에 가까웠다. 브리즈는 다급하게 그를 말렸다.

아니, 아니! 지원, 나 진짜 괜찮다니까요! 배도 안 고프고, 그냥 좀 누워있으면 돼요. 주방은 절대 안 돼요!

그녀의 필사적인 세 번째 ‘진짜 괜찮다’는 외침은, 바이브의 사명감에 불을 지폈다. 그는 비장한 표정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가만히 있어라. 환자는 원래 자기 몸 상태를 객관적으로 판단 못 하는 법이다. 니는 내 파트너다. 니 몸은 내 책임이라고. 쌀 어딨는데.

그는 이미 브리즈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그는 결연한 의지로 부엌으로 향했다. 그가 쌀통을 여는 소리, 냄비를 꺼내다 다른 냄비들을 와르르 쏟는 소리가 거실까지 들려왔다. 브리즈는 이마를 짚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아프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병원에 가는 편이, 주방을 지키는 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바이브의 행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냄비에 물을 받는가 싶더니,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집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바람 들어오면 안 된다. 체온 뺏긴다.

그는 중얼거리며 거실 창문, 침실 창문, 심지어는 화장실의 작은 환풍구까지 꼼꼼하게 닫고 잠갔다. 순식간에 집 안의 공기는 정체되었고, 바깥세상과 완벽하게 차단된 밀실이 만들어졌다. 그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부엌으로 돌아가려다, 소파에 축 늘어져 있는 브리즈를 보고 걸음을 멈췄다. 그녀의 얼굴이 아까보다 더 창백해 보이는 것은 그의 기분 탓일까. 그는 결국 최후의 결정을 내린 듯,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안되겠다. 니 얼굴색이 안 좋다. 아크 메디컬 센터에 연락할 테니까, 옷 갈아입어라. 당장 가자.

그의 단호한 말에 브리즈는 거의 울상이 되었다. 겨우 37.4도 때문에 아크 최고의 의료진들이 모인 메디컬 센터에 가자고? 내일 아침 아크 전체에 ‘S급 가이드 브리즈, 37.4도의 미열로 응급실 방문’이라는 헤드라인으로 가십 기사가 돌 것이 뻔했다. 그녀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그를 설득했다.

지, 지원! 제발! 나 진짜, 진짜로 괜찮아요! 지금 병원 가면 내가 창피해서 죽을지도 몰라요! 그냥 한숨 자고 일어나면 다 나을 거예요, 네?

네 번째 ‘진짜 괜찮다’는 호소였다. 바이브는 휴대폰을 든 채 잠시 고민하는 듯했다. 그는 브리즈의 앞으로 다가와, 다시 한번 그녀의 이마와 자신의 이마를 맞대어 열을 확인했다. 여전히 따끈한 온기가 그의 이성을 위협했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대신 그는 브리즈를 번쩍 안아 들었다. 브리즈는 짧은 비명을 지르며 그의 목을 껴안았다.

…알겠다. 병원은 안 간다. 대신, 니가 열 내릴 때까지 내 옆에서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인다. 죽은 내가 먹여줄 거고, 화장실도 내가 안고 데려다줄 거다. 얌전히 내 말 들어라. 안 그러면 진짜 니 들쳐 업고 병원으로 뛸끼다. 알긋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