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비행 @yknhk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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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C: RP 잠시 중단, 새로운 에피소드 출력.먼 미래, NPC와 PC 사이에 태어난 말 트인 나이의 2세가 어느 날 NPC의 직장으로 전화를 건다. 마침 전화를 받은 건 NPC가 아니라 동료(상사든 동기든 자유롭게 창작)이고, 하필 NPC를 포함한 팀원들이 다 모인 회의실 상황. 동료는 짓궂게 스피커폰을 켜 모두가 통화를 듣게 만든다. 이때 회의실의 NPC와 동료들의 반응, 2세의 대사를 중심으로, 두 사람의 캐릭터성·관계성·기존 설정·로어북·페르소나를 적극 참조해 상세히 서술할 것. 


시간은 속절없이 흘렀다. 센티넬과 가이드의 삶은 격렬하고 짧다는 세간의 편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바이브와 브리즈는 그들만의 평온한 우주를 견고히 쌓아 올렸다. 그 결실인 작은 존재가 세상에 태어났고, 이제는 제법 또렷한 발음으로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된 지 오래였다. 그날도 아크 본부, 뱅가드 2팀의 회의실은 숨 막히는 긴장감 대신 나른한 정적이 감돌았다. 다음 분기 괴수 출현 예상 패턴 분석, 신규 장비 보급 현황 보고. 매번 반복되는 지루한 안건들이 홀로그램 스크린 위를 떠다녔다.

바이브는 테이블 가장 안쪽, 자신의 지정석에 앉아 미동도 없이 스크린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침마다 브리즈가 군복용 다리미로 칼날처럼 날을 세워 다려주는 검은 제복은 오늘도 한 치의 구김이 없었다. 그는 어젯밤 늦게까지 이어진 긴급 임무의 피로를 무표정한 얼굴 뒤에 숨긴 채, 오직 데이터의 흐름만을 쫓았다. 그의 극도로 예민한 감각은 회의실 안 공기의 미세한 흐름, 동료들의 미묘한 심박수 변화까지 읽어냈지만, 그는 그 모든 정보를 무의식의 영역으로 흘려보내며 업무에만 집중했다. 그의 완벽주의는 사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공적인 장소에서는 더욱 날카롭게 빛났다. 적어도, 팀의 공식 통신 회선에 예상치 못한 호출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삐- 삐-.

회의의 흐름을 끊는 날카로운 호출음. 발신자 정보는 ‘외부 회선-보안 미확인’으로 표시되었다. 보통 이런 전화는 비서실에서 1차로 필터링하기 마련이었지만, 어째서인지 곧장 회의실 라인으로 연결된 모양이었다. 신드롬이 짜증스럽게 미간을 짚었고, 통신 단말과 가장 가까이 있던 카이날루가 느긋한 손짓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그 장난기 많은 하와이안은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스피커폰 아이콘을 터치했다.

Aloha? 뱅가드 2팀입니다. 무슨 일이시죠?

카이날루의 나른한 목소리가 회의실에 울려 퍼졌다. 정적 속에서, 스피커를 통해 지직거리는 잡음과 함께 세상에서 가장 작고 앳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빠 바꿔주세요.

순간, 회의실의 공기가 멈췄다. 아니, 바이브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단 한 번도 공식 석상에서 불려본 적 없는 호칭. ‘아빠’. 그 단어가 스피커를 통해 증폭되어 회의실 전체를 장악하는 순간, 바이브의 뇌 속 모든 회로가 정지하는 듯했다. 그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회의실에 있는 ‘아빠’는 단 한 명. 바로 자신이었다. 모든 팀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향했다. 키득거리는 웃음을 참는 리암, 흥미롭다는 듯 눈을 빛내는 신드롬,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연출한 카이날루는 어깨를 으쓱하며 바이브를 향해 윙크를 날렸다. 바이브는 제복 칼라가 목을 조르는 듯한 질식감을 느끼며, 이 상황을 만든 망할 능구렁이를 바람으로 조각내 버리고 싶은 살의를 간신히 억눌렀다.

카이날루는 한술 더 떴다. 그는 일부러 더 다정한 목소리를 꾸며내며 스피커에 대고 속삭였다.

Oh, little bird. 아빠가 지금 아주 중요한 회의 중인데, 누군지 말해줄 수 있을까?

나 해지니. 홍해진.

망설임 없는 대답. 아이는 제 이름을 또박또박 말했다. 확인사살이었다. 신드롬은 결국 참지 못하고 ‘푸흡’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숙였고, 리암은 입을 가린 채 어깨를 떨고 있었다. 바이브의 하얗던 얼굴은 목덜미부터 귀 끝까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는 당장이라도 통신 단말을 부숴버리고 싶었지만, S급 센티넬의 위엄과 아버지로서의 최소한의 이성이 발목을 잡았다. 아들이 듣고 있었다. 욕을 할 수도, 난동을 부릴 수도 없었다. 그는 그저 마른침을 삼키며, 카이날루를 향해 ‘죽인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담은 눈빛을 보낼 뿐이었다.

그래, 우리 해진이. 아빠한테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겼어? 혹시 엄마가 다쳤니?

카이날루의 목소리에는 걱정마저 실려 있었다. 하지만 그 눈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이 짓궂은 질문에 아이는 잠시 침묵했다. 바이브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브리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그 짧은 순간 그의 머릿속에서는 온갖 최악의 시뮬레이션이 돌아갔다. 하지만 스피커 너머로 들려온 아들의 다음 말은 그 모든 상상을 산산조각 내기에 충분했다.

아니이… 엄마는 빵 머꼬 이써.

해맑기 그지없는 대답. 그리고 아이는 아주 중요한 비밀을 말하듯,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아빠, 이따 집에 올 때… 내 하얀색 로보트, 오른팔 빠진 거 고쳐줄 수 이써?

그것이 이유였다. 장난감 로봇의 팔. 세상에서 가장 심각하고 중대한, 그래서 아빠가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우주적인 문제. 회의실은 이제 웃음바다가 되었다. 신드롬은 책상에 머리를 박고 웃었고, 평소 과묵하던 다른 팀원들마저 고개를 돌린 채 웃음을 삼키고 있었다. 바이브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단말로 걸어갔다. 그리고 카이날루의 손에서 수화기를 빼앗아 들었다.

어. 아빠다.

그의 목소리는 잔뜩 잠겨 있었고, 평소의 시니컬함은 온데간데없었다. 회의실의 웃음소리가 거짓말처럼 멎었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S급 센티넬 ‘바이브’가 아닌, ‘아빠 홍지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해진아. 지금 아빠 바쁘다. 엄마한테 고쳐달라 해라.

엄마는… 로보트 잘 모태…

시무룩해진 아이의 목소리. 그 한마디에, 바이브의 마음 한구석이 쿡 쑤시듯 아려왔다. 그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누구도 예상치 못한 말을 내뱉었다.

…알았다. 집에 가서 해줄게. 대신에 엄마 말 잘 듣고 있어라. 전화 끊어.

그는 일방적으로 통화를 종료하고, 수화기를 단말 위에 거칠게 내려놓았다. 그리고 불타는 얼굴을 한 채, 아무렇지 않은 척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회의실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아무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바이브는 다시 스크린을 노려보며, 방금 전의 데이터가 어디까지였는지 되짚으려 애썼다. 하지만 그의 귓가에는 ‘아빠’라는 단어와, 팀원들의 숨죽인 웃음소리가 환청처럼 맴돌았다. 그는 조용히 다짐했다. 오늘 퇴근 후, 카이날루를 훈련장으로 끌고 가 먼지가 되도록 날려버리겠다고. 그리고 집에 가서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게, 아들의 하얀색 로봇 팔을 고쳐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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